[책세상] 뜨거운 초콜릿 음료는 숙취 해소제였다

[책세상] 뜨거운 초콜릿 음료는 숙취 해소제였다
톰 닐론의 '음식과 전쟁-숨겨진 맛의 역사'
  • 입력 : 2018. 03.3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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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켜면 요리 프로그램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음식을 먹는 일보다 음식을 먹는 상상을 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다. 요리를 하는 일보다 요리에 대해 고민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쓴다. 온통 음식에 둘러싸여 살고 있지만 그것이 어디서, 어떻게 흘러왔는지엔 관심이 적다.

톰 닐론의 '음식과 전쟁'은 인류 역사에서 늘상 조연이었던 음식을 주인공으로 불러냈다. 고대 요리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레시피를 재현하는 일이 취미였던 저자는 음식과 관련한 오래된 책을 수집하면서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에 눈길을 두게 됐다.

인간의 일상에서 음식은 때로 목숨을 걸고 지켜내거나 쟁취해야 하는 대상이었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전쟁이나 혁명이 필요했다. 전염병이 창궐하거나 기근이 닥쳤을 때도 생존을 위해 무언가를 먹어야 했다.

하지만 음식에 얽힌 여러 사실은 글로 기록되지 않아 후세에 전해지지 못했다. 숱한 증거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모습을 감추었다. 요리책은 대부분 남자가 썼지만 요리를 한 사람의 절대 다수는 여자였다. 수백 년에 걸쳐 다듬어진 요리법은 무지와 여성혐오에 가려지고 말았다.

7년 전쟁은 프랑스가 스페인의 마요네즈 레시피를 빼앗기 위해 시작한 것이 사실일까? 칠면조는 아메리카 대륙에서 넘어왔는데 왜 터키라고 부르는 것일까? 저자는 이같은 물음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했고 그 과정에서 음식에 대한 역사가 대부분 만들어졌다는 걸 알게 된다.

1661년 4월 24일자 새뮤얼 피프스의 일기에는 영국인들이 아침 식사로 초콜릿을 마셨다는 내용이 나온다. 당시 초콜릿은 속을 달래는 숙취 해소제였다. 초콜릿에 물과 후추, 정향, 아니스 같은 향신료를 섞어 뜨겁고 달콤하게 마셨다. 초콜릿을 상류층만 누릴 수 있는 사치품으로 여긴 스페인이나 프랑스와 달리 영국에서는 일정한 지불 능력만 있다면 누구나 상점이나 카페에서 구입이 가능했다. 영국은 카리브해에서 설탕과 카카오 공급망을 지배했기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국이면서 초콜릿 음료의 소비가 가장 많은 곳이 되었다.

책은 카카오를 차지하기 위한 서구 열강들의 무역 전쟁 이야기, 잉어 양식과 십자군 전쟁, 레모네이드와 17세기 유럽을 휩쓴 페스트, 식인문화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육요리 레시피 등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고문서에 수록된 삽화 등 120여장의 일러스트가 더해졌다. 신유진 옮김. 루아크. 2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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