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29/제주관광, 위기를 기회로…]

[창간29/제주관광, 위기를 기회로…]
사드풍랑 넘어 세계적 관광휴양지 만들기 '시동'
  • 입력 : 2018. 04.22(일) 2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지난해 사드 사태 직전 크루즈선을 이용해 제주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 한라일보 DB

동남아 시장 겨냥 맞춤형 홍보·상품 만들기 착수
저가관광·송객수수료 '숙제'… 고품질 기준 정립도
관광객수용력 추가 연구 관심… 결과 따라 전략 전환

지난해 제주 관광은 이례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2017년 제주 관광객 수는 1998년 이후 19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해 3월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조치로 중국 관광시장이 닫히면서 18년간 이어져 온 양적성장은 멈춰버렸다. 그동안 받아 보지 못한 성적표가 떨어졌지만 제주 관광시장은 비교적 담담했다. 일찌감치 예견된 결과였을 뿐더러 주어진 숙제도 많아 성적에 일희일비할 순 없는 노릇이었다. 분명한 건 사드발(發) 위기가 제주 관광에 큰 변화의 움직임을 가져왔다는 것이다. 양적 성장 기조를 버리고 질적 성장으로 나아기 위한 시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시장다변화 절실=그나마 제주관광시장이 사드 사태를 버텨올 수 있었던 건 내국인 덕택이었다. 지난해 제주를 찾은 외국인은 123만3525명으로 전년(359만8689명)보다 65.7%나 줄었지만, 전체 관광객은 6.9% 하락에 그쳤다. 지난해 제주 방문 내국인이 전년(1225만2712명)보다 10.3% 증가한 1352만859명을 기록하며 외국인 빈자리를 상당 수준 메꿨기 때문이다.

내국인은 늘고, 외국인 관광객은 감소하는 양상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도내 관광시장에서 외국 관광객이 차지하는 비율은 6.2%로 뚝 떨어졌다. 2016년 제주관광시장에서 외국인의 점유율은 18%였다. 이제는 양적 성장이 중요하지 않은데 외국인 관광객이 줄어드는 게 뭐 그리 중요하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특정 시장 쏠림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 사드 사태 충격파가 컸던 이유는 날이 갈수록 중국 관광시장에 편중되고 중국인에만 기댄 관광사업들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사드 여파로 텅 빈 제주시 신제주 옛 바오젠거리 전경. 한라일보 DB

제주도가 시장 다변화를 외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제주도는 시장 다변화를 위해 공략할 신흥 시장으로는 동남아시아를 꼽고 있다.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시아 10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아세안은 인구가 6억 3000만명에 달할 뿐만 아니라 연평균 5~6%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자국민의 해외 여행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방한 수요도 많다. 한국관광공사의 통계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를 방문한 대만 관광객은 90만7065명으로 2년 만에 79.9% 늘고, 태국은 42만6801명으로 39.5% 성장했다. 베트남, 필리핀도 각각 59.7%와 141.3% 증가했다. 고부가가치인 개별여행 관광객 비중이 높다. 태국은 60% 가량, 말레이시아는 80% 가량이 개별관광객이다.

이들을 제주로 끌어들기 위해선 여행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급선무다. 동남아 관광객은 고궁이나 한류 콘텐츠와 관련이 있는 여행지를 선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제주는 고궁이나 한류 콘텐츠가 적다.

시장 다변화를 위한 접근성 개선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다. 제주도에 따르면 현재 제주를 기점으로 한 국제 직항노선은 일본, 중국, 태국, 말레이시아, 대만 등 5개 국가의 18개 노선에 불과하다. 2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한 베트남,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할랄 시장인 인도네시아를 잇는 제주기점의 직항 노선이 없다.

직항 노선을 개설하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수요가 뒷받침돼야 한다. 제주도와 업계 및 관광공사는 우선적으로 팸 투어를 통한 현지 매체 홍보와 SNS 홍보, 관광설명회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인센티브를 내걸어 전세기를 유치하는 등 고정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데 골몰하고 있다. 또 동남아권 관광통역안내사가 부족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J-아카데미가 개설되는 등 인력 양성도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얼어붙은 중국 시장과 증가세가 더딘 일본도 놓칠 수 없는 관광 시장이다. 이들 국가 관광객은 정치·외교적 갈등이나 환율에 민감하지만 접근성 측면에선 유치하기 유리하다. 다만 이제부터 중국의 경우 단체보다는 개별 관광객 공략에 보다 공을 들여야 하고, 일본의 경우 제주에 대한 인지도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지고, 방한 연령대는 50~60대에서 20~30대 여성으로 전환된 만큼 현지 홍보와 연령대 및 욕구에 따른 맞춤형 상품 개발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다.

▶저가관광 근절·고품질 관광=질적 성장을 막는 주된 요인 가운데 하나가 저가 관광이다. 저가 관광은 송객수수료와 인두세 관행 때문에 촉발된다. 그동안 제주지역 여행사는 중국 관광객을 모집한 현지 여행사에 관광객 1인당 일정 금액의 인두세를 지급하고, 이 지출을 메우기 위해 숙박시설이나, 기념품, 면세점에는 관광객을 데려가는 대가로 송객수수료를 받아왔다. 사실상 송객수수료로 영업이익을 내야 하는 구조이다보니 관광일정 대부분은 무료 관광지로 채워지고 쇼핑을 강요하는 병폐가 이어졌다. 여기에 모객 경쟁은 다시 과도한 송객수수료 지급 경쟁으로 확산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6월 송객수수료 상한선을 두는 관광진흥법 개정안이 국회의원 입법으로 발의됐지만, 10개월째 국회에 계류중이다.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고,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가격 자율경쟁을 법으로 막는 게 지나친 규제라는 시각도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선 송객수수료를 법으로 규제하면 오히려 음성화 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반면 제주도는 이번 기회가 아니면 송객수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보고 조속한 개정안 처리를 국회에 요구하고 있다.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는다고 해도, 과제는 남아 있다. 개정안은 이른바 송객수수료의 상한선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그동안 적정 수준의 송객수수료가 얼마인지에 대해선 제대로 된 논의가 없었다.

고품질 관광의 기준을 정하는 것도 제주가 짊어진 숙제다. 제주도는 누구나 믿고 즐길 수 있는 고품질 관광을 유도하기 위해 '제주관광품질인증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KS 인증처럼 관광에도 품질 인증제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제주도는 올 하반기 한국표준협회가 지난해 말 용역 보고서에서 제시한 가칭 '제주관광품질인증제' 심사 기준대로 도내 업체를 평가하는 것이 적정한 지를 따지기 위한 모의심사를 진행할 계획인데, 과연 이 심사에서 몇 곳이 통과하고, 또 이 기준를 업계가 수긍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심사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규모 있는 업체만 인증을 통과할 수 밖에 없어 고품질 관광에 대한 업계의 실질적인 참여를 유도할 수 없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전국 최초로 제주지역만의 관광품질 인증제를 추진하는 점, 현재 입법 예고중인 국가 단위 관광품질 인증제와 서로 연계해야 하는 점을 고려하면 보다 엄격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관광객 수에 따른 도민이 직접 느끼는 혼잡도와 불편함을 중심으로 조사한 심리적 관광 수용력 연구 결과도 눈여겨 봐야 한다.

올해 2월 발표된 제주관광공사의 연구 결과에선 경제적 측면을 고려할 땐 제주의 관광 수용력이 2000만명 내외로, 교통 인프라 측면에선 1686만명으로 분석됐었다.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6034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