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플러스] 제23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

[휴플러스] 제23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
청정자연이 준 선물 '고사리'… 들녘마다 지천일세
  • 입력 : 2018. 04.26(목) 20:00
  • 문미숙 기자 ms@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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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4월 중순쯤 부슬부슬 내리는 비가 그치고 나면 제주 중산간엔 특산물인 고사리가 빼꼼 하고 얼굴을 내민다. 한라일보DB

4월 초 비날씨 후 들판에 앞다퉈 얼굴 내미는 고사리
부드럽게 씹히는 식감, 독특한 향에 품질도 으뜸

봄이 절정으로 치닫는 4월 중순쯤 제주에서 부슬부슬 내리는 비에는 '고사리 장마'라는 이름이 따라붙는다. 여름 장마철도 아닌데 안개를 동반한 비가 제법 내리다 그치고 나면 중산간 너른 들판엔 제주의 대표 특산물의 하나인 고사리가 중산간 곳곳에서 앞다퉈 빼꼼 하고 땅위로 얼굴을 내민다. 습기많은 곶자왈과 오름 주변에서 잘 자라는 고사리는 청정 제주자연이 키워낸 최상의 자연식품으로, 품질이 좋아 예부터 임금에게 진상됐을 정도다.

그런 고사리의 명성 탓일까? 이맘때쯤이면 제주 중산간엔 '고사리 반 사람 반'이란 말이 나올만큼 고사리를 꺾는 이들로 넘쳐난다. 해마다 자신만이 정해놓은 좋은 고사리밭을 기억해 뒀다 채취하러 꼭두새벽부터 집을 나서는 수고스러움도 마다하지 않는다.

특히 제주에서는 명절이나 제사상에 빠지지 않는 게 고사리나물이니 봄철 가시덤불을 헤쳐서라도 1년동안 쓸 고사리를 충분히 꺾어두는 게 제주사람들의 오랜 풍습이다. 제주 고사리는 굵어 품질이 으뜸이고, 씹히는 질감도 좋고 독특한 향으로 맛좋다고 소문이 나면서 일부러 고사리철에 맞춰 제주를 찾는 이들이 생겨날만큼 체험관광으로 자리잡았다. 업으로 한달 남짓 고사리꺾기에 매달리는 사람까지 있을 정도라니 제주 고사리에 대한 인기를 짐작할 수 있다.

제주 이주민들도 고사리철이면 고사리 꺾는 재미를 맛본다. 도시생활에서는 경험하지 못했던 야생 고사리를 보물찾기 하듯 채취하는 일이 마냥 새로워 소풍가듯 고사리꺾는 재미에 빠져산다는 이들이 적잖다. 오죽하면 "4월 제주 중산간 들녘엔 고사리보다 고사리를 꺾으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우스갯소리까지 있다.

'고사리는 아홉 성제(형제)'라는 속담도 있다. 청명을 전후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한 고사리를 사람들이 꺾어도 꺾어도 새로 자라나는 질긴 생명력에 빗댄 말이다.

고사리는 제주의 음식문화에서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지역에서는 고사리를 말려뒀다 볶아먹는 나물 정도로 여기지만 제주에서는 나물은 물론이고, 잔치 등 큰 일을 치를 때 고사리육개장을 만들어 내놓거나 돼지고기와 함께 지져먹기도 한다. 비빔밥에 고사리를 곁들여 먹어도 그만이다.

“한라산 청정 고사리 축제로 혼저옵서예~”
28~29일 한남리 일대 개최
꺾은 고사리 기부 받아 판매한 수익금 전액 기부
길잃음 사고 예방 위해선
2인 이상 짝으로 움직이고, 휴대전화·호루라기 필수

청정 고사리를 테마로 한 '제23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가 28~29일 이틀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산76-7번지(국가태풍센터 서쪽) 일대서 펼쳐진다.

남원읍 축제위원회(위원장 정용복)가 '생명이 움트는 행복한 남원읍으로 혼저옵서예~'를 주제로 마련한 축제는 고사리 채취철에 맞춰 여행상품이 만들어질만큼 유명한 대표 특산물을 활용해 관광객 유치를 확대하고,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먹을거리를 선보여 다시 찾고 싶은 체험관광상품으로 육성하기 위한 행사다.

축제 상설프로그램으로는 해마다 참가자들의 반응이 높았던 고사리 풍습 체험이 준비된다. 대형가마솥에서 고사리를 삶고 야외에서 건조하는 과정을 시연한다. 고사리전·고사리빙떡 시식과 음식만들기도 운영된다. 체험프로그램으로 고사리를 염료로 한 손수건·스카프 염색과 고사리를 넣은 흑돈 소시지 만들기 체험과 시식이 기다리고 있다. 고사기꺾기 체험인 '황금고사리를 찾아라'는 축제장 주변을 4개 구역으로 나눠 구역별로 고사리 꺾기와 보물찾기가 동시에 진행된다.

'제23회 한라산 청정고사리 축제'가 28~29일 이틀간 서귀포시 남원읍 한남리 일대에서 펼쳐진다. 사진=남원읍 제공

축제장에서 꺾은 고사리로 나눔에도 참여할 수 있다. 축제위원회는 제주사회복지공동모금회와 업무협약해 기부받은 고사리 판매액과 고사리음식만들기 체험비 수익금 전액을 공동모금회에 기부해 축제를 통한 나눔도 실천할 예정이다.

또 고사리축제 기념 머체왓 숲길 걷기행사, 골프대회, 민속경기, 지역특산물 이색경매, 팔씨름대회, 청소년 페스티벌 등 특별프로그램도 준비하고 있다. 다문화공연팀 나래유랑단 께네마에서 축제장에서 상시공연도 선보여 축제장 분위기를 띄운다.

축제장에선 먹거리의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남원읍부녀회와 한남리봉사회에서 운영하는 향토음식점에선 제주 고사리를 활용한 육개장, 비빔밥, 해물전 등 다양한 메뉴를 관람객들에게 제공한다. 국수류와 어린이를 위한 분식류도 준비된다.

고사리 채취철엔 길잃음 사고도 자주 발생해 신경써야 한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제주에서 길을 잃었다고 119에 도움을 요청한 사고의 60%정도가 4~5월에 발생했다. 길을 잃은 원인의 절반은 고사리를 채취하러 갔다가 일어난 경우다.

고사리를 꺾는 일에만 집중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더 깊은 숲속으로 들어가게 돼 자칫 길을 잃거나 방향감각을 상실해 출발한 지점을 찾지 못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곤 한다. 때문에 고사리를 꺾으러 갈 때는 반드시 2명 이상 짝을 이뤄 동행하고, 비상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의 위치를 알릴 수 있는 호루라기 휴대와 휴대전화 충전상태도 확인이 필요하다.

서귀포시와 서귀포경찰서는 고사리철을 맞아 지난 16일부터 파출소, 읍면사무소, 마을회관 등에 호루라기 400개를 보급했다. 고사리축제위원회에서도 축제기간 자체 제작한 호루라기 2000개를 나눠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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