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7)]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7)흰껍질골담초

[김찬수의 스피시즈 한라산엔시스 탐사(57)] 제2부 알타이의 한라산-(17)흰껍질골담초
금색으로 빛나는 땅 사이에 자리 잡은 웁신 카르 우스호
  • 입력 : 2018. 05.21(월) 00:00
  • 김현석 기자 ik012@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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웁신 카르 우스호에서 보는 하르하이라아산

오전 8시, 출발했다. 우리는 오늘 하르하이라아산 베이스캠프에 도달하는 게 목표다. 거리는 약 240㎞ 정도다. 오늘이 7월 26일이므로 연 중 가장 더운 한여름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날은 더워지고 있다. 목표 지점에 오늘 중 도달해야하므로 가능한 자동차를 멈추지 않고 달렸다. 3시간쯤 달리자 마치 알타이산이 가지고 있는 금산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땅 바닥은 금색으로 빛나고, 남북으로 길게 누워 있는 나무 한 그루 없이 나출된 산은 마치 쇠가 붉게 녹슬어 있는 듯 보인다. 모두 내려 잠시 촬영한 후 조금 더 달리다 아름다운 호수를 만났다. 근처에는 작은 마을도 보인다. 울기솜이다. 호수는 주위의 산들과 어우러져 한층 아름다워 보인다. 이처럼 이 지역은 가는 곳마다 호수다. 얼마나 호수가 많으면 대 호수 저지대라고 할까.

웁신 카르 우스호(Uvsiin Khar Us Lake),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웁스에 있는 카르 우스호라는 뜻이다. 대단히 넓고 아름다운 호수지만 호브드의 카르 우스호가 너무나 유명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카르호 즉 '검은 물 호수'라는 이름과는 달리 물빛이 파랗게 빛나고 있다. 주변은 바싹 말라 먼지밖에 나지 않는 곳이지만 까마득히 멀리 보이는 게르들은 평화로워 보이기까지 하다. 지표면은 거의 대부분 모래와 자갈로 덮여 있어서 푸석푸석하다.

관목들은 대부분 골담초에 속하는 종류들인데 그 중 가장 많은 것이 은골담초다. 그 사이사이에 흰껍질골담초(카라가나 루코플로에아, Caragana leucophloea)가 섞여 있다. 은골담초는 잎의 표면에 은색의 털이 덮여 있어서 은빛으로 반짝인다. 반면 이 종은 나무껍질이 하얀색이다. 그 외에도 이 종은 잎의 배열 상태가 아주 다르기 때문에 쉽게 구분된다.

흰껍질골담초와 은골담초 혼생군락

우리 이름 흰껍질골담초는 학명 루코플로에아가 '흰 수피를 하고 있는'의 뜻이기도 해 붙였다. 주로 사막의 모래스텝, 자갈로 돼 있는 언덕, 건조한 강가나 범람원에 자란다. 몽골에서는 북부와 동부를 제외한 거의 전국에서 발견되기는 하지만 주로 서부에서 자라고 있다. 그 외에 중국의 내몽골, 신장, 간수성의 건조지대에 분포하며, 카자흐스탄에도 분포해 있다.

이 일대는 이 두 종이 약 1:1의 비율로 섞여 있는데 두 종을 합해 100㎡에 4~5그루 정도 밀도로 자라고 있다.

흰껍질골담초(좌)와 은골담초(우)

드물게나마 물이 흘렀을 것 같은 지형에서 쑥의 일종일 것으로 보이는 식물이 눈에 띈다. 빗살쑥(네오팔라시아 펙티나타, Neopallasia pectinata)이라는 식물이다. 이 종은 혈연적으로 쑥과 가깝지만 다른 종이다. 몽골 외로는 중국의 서부, 북부지방,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즈베키스탄, 러시아의 알타이와 치타에 분포하는 중앙아시아 특산 식물이다. 우리 이름 빗살쑥은 학명의 펙티나타가 '잎이 빗살처럼 갈라지는'의 뜻을 갖는 점을 고려해 지었다.

빗살쑥

호수 주변조사를 마치고 언덕을 넘어서는 순간 저 멀리 웅장하게 버티고 서 있는 엄청난 높이의 산을 보게 됐다. "이야~~" 모두 그 위용에 놀라서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낸다. 저 산이 무슨 산일까? 산 이름은 뭐며, 높이는 얼마인가? 얼마나 높 길래 이 뜨거운 한여름에도 저렇게 눈이 덮여 있단 말인가. 저 산도 몽골에 있는 산일까? 탐사대원들은 망원 렌즈를 꺼내면서도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 산이지?

바로 우리가 찾아가고 있는 하르하이라산이다. 우리가 그토록 먼 길을 마다않고 찾아가고 있는 산인데도 우리는 까맣게 모르고 있는 것이다. 해발 4037m의 고산으로 언제나 묵묵히 만년설을 머리에 이고 있는 산, 뜨거운 사막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언제나 맑은 물이 흐르고, 꽃이 피는 산, 지구상에서 해양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지역에 있는 산, 바로 저 산이다. 아마 여기서 직선거리로 70~80㎞ 정도 될 것이다.



대 호수 저지대


대 호수 저지대(Great Lakes Depression) 혹은 대 호수 분지라고도 한다. 몽골 서부의 광활한 반건조지대를 말하는 것인데 웁스, 호브드, 바얀-올기, 자브한 그리고 고비-알타이아이막을 포함하는 지역이다. 서쪽으로는 알타이산맥, 동쪽으로 항가이산맥, 북쪽으로는 탄누-올라산맥으로 둘러싸여 있다. 이 지대는 해발 750m에서 2000m에 이르며, 그 넓이는 무려 10만㎢에 달해 남한 면적보다 넓은 지역이다. 러시아 영토에도 일부 포함하고 있다.

저지대는 염호인 웁스호, 캬르가스호, 도르곤호, 그리고 담수호인 카르 후스호, 카르호, 아이락호 등 6개의 주요한 몽골 호수들을 포함하고 있어서 지어진 이름이다. 또한 1만4000㎢에 달하는 광대한 솔론첵(배수 불량 염류토양)과 모래지대도 포함하고 있다.

대 호수 저지대의 북부지역은 주로 건조 스텝들, 남부지역은 반사막 또는 사막으로 돼 있다. 이 곳을 흐르는 주요 강들을 보면 호브드강, 자브칸강 및 테신강을 들 수 있다. 이 강들은 하나같이 알타이산맥의 정상부에 형성된 만년설이 녹으면서 흐르는 강들인데 이 저지대로 향하는 한 영원히 바다로 가지 못하고 이 일대의 호수로 흘러 생을 마감한다.

이 저지대는 몽골의 주요 담수역이며, 중앙아시아의 중요한 습지를 포함하고 있다. 습지들은 일반적으로 사막스텝 내에서 넓은 갈대지대 갖는 얕은 호수들을 상호 연관시켜 주는 시스템의 기반이 되고 있다. 이 습지들은 수많은 희귀 철새들의 낙원이 되고 있다. 불과 몇 마리밖에 남아있지 않은 멸종위기에 처한 분홍사다새(Pelecanus onocrotalus)도 이 일대에 살고 있는데 이러한 강과 호수의 물고기와 식생에 의존하고 있다. 이 일대 수계에 살고 있는 어류의 종류는 풍부한 편은 아니지만 많은 종류가 이 지역 특산종이거나 준특산종으로서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이 호수들은 역사적으로 이 일대에서 발흥했던 흉노, 돌궐, 몽골 족들의 생활 터전이 됐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동식물들이 흥망성쇠의 무대가 돼 왔다. 특히 건조, 추위, 알칼리, 염분에 적응 진화해온 자연사의 무대이기도 한 곳이다. <글 사진=국립산림과학원 난대아열대산림연구소 서연옥 송관필 김진 김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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