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학생부종합전형에서 활용되는 자기소개서는 지원자에 의해 직접 작성되어 지원자의 특성과 역량을 드러내는 서류이다. 학교생활기록부는 교사에 의해 간결하고 함축적으로 작성되는데 비해 자기소개서는 활동의 동기와 과정, 성과를 모두 서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작성자의 자율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학생부종합전형'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 학생부가 평가의 중심인 것은 분명하지만 자소서는 학생부에서 드러나지 않는 부분을 지원자가 직접 피력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자소서 작성은 학생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활동의 결과 나열을 피하고 과정과 동기, 느낀 점을 구체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교협 공통문항에서 직접적으로 묻지 않는 지원동기에 대해 적절히 피력하는 것도 중요하다. 물론, 자기소개서에 정답은 없다. 하지만 더 나은 자기소개서가 존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자기소개서, 어떻게 써야 할까.
▶선택과 집중, 학생부 요약이 아닌 학생부 보완=자기소개서는 학생부 기록에 근거해서 써야 한다. 다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가장 강한 것들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는 데 집중해야 한다. 수학 관련 모집단위에 지원하고자 하는 학생이 학업역량 또는 지적탐구역량을 보여주기 위해 학생부에 기록된 모든 사실(예시-수학교과 3개년 1등급, 교내경시대회 3년간 수상, 수학사연구 동아리활동 등)을 자기소개서에 모두 담으려고 하는 것은 무조건 피해야 한다. 수학적 역량을 쌓는데 가장 도움이 되고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는 부분이 수학사연구 동아리 활동이라고 판단했다면, 구체적인 활동과정과 노력의 정도, 성과 등을 통해 본인이 배우고 느낀 점을 집중적으로 서술하는 것이 좋다. 본인이 자기소개서에 쓰지 않더라도 입학사정관은 학생부를 통해 나에 대한 정보를 얻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 스펙 나열식이 아닌 하나를 선택해서 집중하는 전략으로 글을 쓴다면 효과적인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다. (학생부에 나와 있지 않은 내용을 자기소개서에 적는다면 교사 추천서에 언급함으로써 근거 자료로 삼을 수 있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학생부 기록에 근거해서 써야 한다고 해서 학생부 내용을 단순 요약하라는 말은 아니다. 대학은 학생부, 자기소개서, 추천서를 종합적으로 함께 살피기 때문에 학생부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을 굳이 자기소개서에서 재탕할 필요는 없다. 학생부 요약은 2번 항목에서 자주 발생한다. 2번 항목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본인이 의미를 두고 노력했던 교내 활동을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3개 이내에서 기술하시오"라는 요구다. 동아리, 학생회, 자율활동, 교내대회 등 비교과 활동을 기록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학생들의 조급함이다. 제한된 분량 내에서 3개의 활동을 서술하려다 보니 정작 중요한 '배우고 느낀 점'에 대해선 자세하게 풀지 못하고 활동의 결과만을 나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과만 나열하다 보니 학생부에 이미 기록된 내용을 요약하게 된다.
입학사정관들은 "3개라는 말에 너무 신경 쓰지 말라"고 충고한다. 중요한 것은 양보다 질이다. 구체적인 사례를 들어 배우고 느낀 점을 충분히 서술해 주는 것이 더 중요하고, 배경과 맥락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 동아리에 왜 들었는지, 학생회 임원 선거엔 왜 나갔는지, 소논문을 작성했다면 왜 그 주제에 관심을 두게 됐는지, 그 이유가 궁금한 것이다. '왜'라는 질문에 대한 답은 지원자의 열정과 활동에 대한 동기를 설명한다. 따라서, 스펙에 도움이 되니까 수동적으로 이끌려 선택한 활동인지, 아니면 학생 스스로 적극적으로 탐구하는 과정에서 성장의 계기가 된 활동인지를 구별해 줄 수 있다. 이유와 배경이 분명하면 과정과 결과를 설명할 때도 무엇을 얻고, 어떤 성장을 이뤘는지 좀 더 확실하게 어필할 수 있다.
▶뭘 잘했다 쓰지 말고 왜 잘했나 써야 한다=자기소개서에서 학생들이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성과'만을 강조하는 거다. 특히 학업역량을 파악하는 1번 문항에서 이런 내용이 많다. 1번 문항은 "고등학교 재학 기간 중 학업에 기울인 노력과 학습 경험에 대해 배우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기술하시오"라는 질문이다. 경희대의 한 입학사정관은 "고교 재학 중 내신 성적을 끌어올린 경험과 공부법을 소개하는 학생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면, '1년 동안 열심히 공부해서 수학 성적을 1등급으로 올렸습니다'라든가 '학원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성적을 많이 올렸습니다'와 같은 기록이다. 이런 기록엔 '오답노트를 활용해', '사교육의 도움 없이 혼자 힘으로', '매일 몇 시간씩 꾸준하게' 등 노력을 강조하는 문구들이 단골 메뉴처럼 등장한다. 각자의 개성과 차별점이 드러나지 못하고 천편일률적이다.
대학 입학사정관들은 '노력과 학습 경험'도 중요하지만 '배우고 느낀 점'에 더 방점을 찍었으면 좋겠다고 충고한다. '배우고 느낀 점'은 곧 '발전하는 모습'을 의미한다. 차정민 중앙대 입학사정관은 "학업에 기울인 노력을 성적으로만 국한할 이유가 없다"며 "성적, 즉 '결과'보다는 관심 분야를 얼마나 깊이 파고들었는지 '과정'이 중요하다"고 충고했다. 그는 "심화학습 과정이 좋은 예"라고 말했다. 교과서 속 기초 이론에서 출발해 해당 분야를 더 깊이 있게 탐구해 본 경험이라든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두루 섭렵하며 지식을 확장해 간 과정 등 관심분야가 무엇이고, 어떻게 파고 들었는지 그 과정을 보여 달라는 주문이다. 대학이 생각하는 학업역량의 핵심은 지적 호기심의 확장이며, 공부의 기초 체력이 되는 호기심, 적극성, 자율성, 진취성을 중요하게 본다. 스스로 원해서 더 찾아보고, 더 깊이 있게 들어가 보고, 그 다음의 공부로 확장해 가는 적극적인 모습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진실하게, 간결하게=간혹 학생들은 자신의 고등학교 생활 중 의미가 있었던 활동을 서술하는 데에 있어 그 성과를 과장해야 자신이 돋보인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대학의 입학사정관들은 학교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 추천서, 고교 프로파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지원자를 평가하게 되므로 자기소개서에서의 지나친 과장은 학교생활기록부나 추천서의 내용에 대한 신뢰도마저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자기소개서의 핵심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자신을 진실하게 드러내는 것이다. 진실하지 않은 자기소개서로 대학의 평가자를 설득할 수 있다는 착각은 금물이다. 당연한 얘기이지만, 다른 사람이 쓴 자기소개서를 참고하여 일부분이더라도 베껴 쓰는 경우에는 자기소개서 유사도 검색시스템에 의해 일정 비율 표절이라고 판정되어 바로 불합격 처리가 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또한, 긴 문장을 읽다보면 지루해지기 쉽다. 주어 서술어 관계를 비롯, 수식어가 너무 많아도 문장의 요지를 파악하기 힘들다.(지나친 수식어구와 추상적 표현은 글자 수 낭비!) 간단한 문장으로 표현해도 될 것을 길게 늘여 쓰는 것도 일종의 글쓰기 습관이다. '남을 도우며 살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와 같은 문장은 '남을 돕겠습니다.' 또는 '남을 돕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바꿔도 의미전달에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 자기소개서는 짧고 명료한 문장으로 써야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다.
▶두괄식=특히 진로 계획을 묻는 문항에 대해서는 자기소개서의 각 문항에서 요구하는 내용을 앞쪽에 쓰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어려서부터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남달리 많아 (중략) 자동차공학자가 되고 싶습니다'와 같은 형식보다는 '저는 친환경에너지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설계하는 자동차공학자가 될 것입니다. (중략) 이렇게 노력해 나갈 것입니다'는 식의 목표를 앞쪽에 쓰고 이를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뒤에 담는 것이 글을 읽는 사람에게 목표를 전달하는 데 더욱 효과적이다. 즉, 글의 배열을 '동기-과정-목표'의 순서로 쓰는 것보다 '목표-동기-과정'의 순서로 써야 한다.(하지만, '동기' 자체가 더 눈에 띄고 매력적으로 보이는 경우에는 두괄식이 아니어도 충분히 좋은 자기소개서일 수 있다.)
▶간접적으로 드러내기=자기소개서를 처음 작성할 때 하는 실수 중 하나가 해당 대학의 인재상을 본인이 가지고 있다고 노골적으로 나타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원 대학의 평가요소(학업역량, 지적탐구역량, 성실성, 공동체의식, 자기주도성/창의성)에 맞춰 글을 쓰는데, '저의 가장 큰 장점은 성실함입니다.'라는 식의 노골적인 표현은 피해야 한다. 관련된 본인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어 글을 읽는 입학사정관이 지원자의 성실함에 공감이 가도록 써야 한다. '저는 사교육에 의지하지 않고 자기주도적으로 학습했습니다'라고 적는 순간, 입학사정관들은 지원자의 자기주도적 학습에 대해 동의하지 않게 됨을 잊지 말도록 하자. '성실함'이나 '자기주도성'을 어떤 방식으로 드러낼지 고민해야 한다.
▶소제목 붙이기?=자기소개서에 소제목을 붙여야 더 좋다는 말이 '유행'처럼 번진 적이 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소제목을 붙여도 좋고 안 붙여도 상관없다. 주의해야 할 점은 글의 내용과 관련성이 떨어져 보이는 소제목이라면 '요약 능력에 문제가 있구나' 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어떤 입학사정관은 '글자 수도 모자랄텐데 왠 제목을 그리 뽑아댈까.'라며 비판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글의 내용을 명료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으니, 본인이 알아서 판단하도록 하자.
▶제출 전 점검하기=자기소개서를 급하게 쓰고 접수하고 나면 대학 및 학과별로 수정이 안 된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게 되는 어이없는 실수가 종종 발생한다. 예를 들어 여러 대학의 다른 학과들을 지원하면서 자기소개서는 대학별로 수정하지 않고 동일한 내용을 제출하는 것이다. A라는 대학에 제출한 자기소개서에 B대학에 꼭 입학하고 싶다고 쓴다든가, 언론홍보학과용으로 써놓은 자기소개서를 국어국문학과에 제출하는 우스운 일들이 해마다 반복해서 생기고 있다. 제출 전에는 반드시 대학별로 자기소개서를 인쇄, 여러 번 퇴고하도록 하자. 퇴고과정에서 지원하는 대학의 명칭과 모집단위(학과/학부)의 명칭이 제대로 쓰였는지 다시 한 번 점검하도록 하고, 이 과정에서 기본적인 맞춤법과 띄어쓰기도 함께 점검해야 한다. 또한, 1000자 기록을 요구하는 문항에서 700~800자 정도로 글의 분량이 타 지원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경우에도 성의가 없어 보일 수 있으니 주의하도록 하자. 마지막으로, 글자 수가 넘쳐 내용이 끊긴 부분은 없는지에 대한 확인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