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人제주] (10)생각하는정원 성범영 원장

[경제人제주] (10)생각하는정원 성범영 원장
"세계에 단 하나뿐인 정원 제대로 만들 것"
  • 입력 : 2018. 08.15(수)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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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영 원장은 전 세계가 공원의 아름다움을 극찬하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미완성"이라고 말한다.

50여년간 황무지 가꿔 세계적인 정원 조성
장쩌민 전 中 주석 등 세계 지도자들 방문
중국 9학년 교과서 성 원장 개척정신 실어

"(1995년에) 장쩌민 전 중국 국가 주석이 분재를 좋아해서 저희 정원을 다녀갔다는 기사를 봤었는데요. 사실이 아닙니다. '한국의 선진지를 조사해서 보고하라'는 장쩌민 전 주석의 명령에 따라 중국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총편집장이 국내 여러 곳을 다녀간 뒤 각 산업별 선진지를 골라 보고했는데, 그중 하나가 저희 정원이었습니다. 당시 인민일보 총편집장이 보고한 선진지 중에는 삼성전자, 포스코 등 굴지의 대기업이 있었죠. 장쩌민 전 주석이 단순히 분재를 좋아해 저희 정원을 방문한 것이 아니고 문화산업 선진지라고 판단했다는 겁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리에 있는 생각하는정원은 돌과 나무에 '미친' 성범영(81) 원장이 50년간 가꾼 세계적인 정원이다. 전세계 유명 조경전문가들은 생각하는정원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정원'이라고 손꼽는다. 또 장쩌민, 후진타오 전 주석을 비롯한 김용순 전 북한 노동당 비서, 일본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 레이니 전 주한 미국대사 등 세계 지도자들로부터 극찬을 받고 있다.

특히 중국에서의 관심이 각별하다. 장쩌민 전 주석이 "제주의 한 농부가 아무런 지원도 받지 않고 세계적인 작품을 만들었으니 가서 개척정신을 배우라"고 국가 간부들에게 지시한 이후 생각하는정원은 중국 주요 간부들이 한국을 찾을 때 꼭 방문해야하는 코스가 됐다.

경기도 용인 출신인 성 원장이 1968년 제주에 내려와 정원을 만들기 시작할 무렵엔 주변으로부터 '미쳤다'는 소리도 많이 들었지만, 지금은 황무지를 세계적 명소로 탄생시킨 '본 받아야 할 개척자'로 평가 받고 있다. 성 원장의 개척 정신은 중국 9학년 교과서에 실리면서 더욱 유명세를 탔다.

성 원장은 한중 민간 외교관 역할도 자처한다. 한중 수교행사를 정원에서 열며 양국 간의 우의를 다지고 있는 데, 중국 정부의 사드 보복 조치가 있던 지난 2017년에도 수교 행사를 진행했다.

성 원장은 "사드 때문에 수교행사를 포기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는데, 그런 말이 있을 때마다 중국에서 오히려 펄쩍 뛰며 행사를 멈추면 안된다고 만류했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성 원장은 생각하는정원을 꾸려가기 시작한 초창기엔 주변의 유혹도 많았다고 했다. 한 고위공무원은 정원을 둘러본 뒤 '제주시 중심에 2만평의 부지를 마련해줄테니 외딴 곳에서 정원을 운영하지 말고 이전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지만 성 원장은 단 번에 거절했다고 한다.

성 원장은 "돈 벌 궁리만 했다면 당연히 접근성이 좋은 제주시로 정원을 옮겼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가는 게 힘들다고 사람들이 한라산을 안 가느냐. 향기 좋은 꽃이 있다면 그 꽃 하나를 보러 간다. 정원을 제대로만 만든다면 오는 길이 다소 불편하더라도 누구나 찾을 것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성 원장의 목표는 지금도 정원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다. 생각하는정원을 더욱 더 아름답게 가꿔 전 세계인들이 이 정원 하나만 바라보고 한국을 찾게 만드는 것이 성 원장의 목표다.

성 원장은 "아직 내가 목표한 것에서 절반 밖에 정원을 만들지 못했다"며 "세계에 단 하나 뿐인 정원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유네스코에 등재하는 것도 시간을 두고 천천히 하려한다"고 전했다.

제주관광에 대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그는 "제주에 제대로 된 명소 2~3개만 있다면 제주도는 세계최고의 관광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조잡한 관광지들이 여기 저기 들어서며 오히려 난개발만 부추긴다. 뭔가 잘못되지 않았나"는 말로 인터뷰를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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