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사랑과 죽음, 운명과 도전이 그곳에

[책세상] 사랑과 죽음, 운명과 도전이 그곳에
청소년 눈높이 맞춘 '조근조근 제주신화'
  • 입력 : 2018. 10.19(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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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000 신들의 고향이지만
제주신화 가치 제대로 몰라
열두본풀이 등 쉽고 재밌게


제주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토록 풍부한 제주신화가 전승되고 있다는 걸 몰랐다. 그는 20년 만에 돌아온 제주에서 신들의 이야기를 읽고 신들이 좌정해있는 마을길과 숲을 누비며 비로소 제주신화를 만났다. 제주사람들의 삶과 아픔, 사랑과 소망, 죽음에 대한 생각과 우주관이 제주신화에 있었다.

'신화와 함께하는 제주 당올레'를 공저했던 여연씨가 제주신화연구모임의 벗들과 힘을 모아 청소년 눈높이에 맞춘 제주신화 책을 냈다. 신화연구가 여연(김정숙)과 문희숙, 국어교사인 강순희, 연극 분야 문화예술사 신예경씨가 집필을 맡아 세 권으로 묶인 '조근조근 제주신화'다.

'조근조근 제주신화' 시리즈는 신화하면 그리스로마 신화를 먼저 떠올리고 제주신화를 세계에 널리 자랑할 만한 소중한 문화유산이라고 해도 정작 그 이야기를 알고 있는 이들은 드문 현실에서 쉽고 재미있게 '1만8000 신들의 고향' 제주신화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기획됐다. 이야기의 원형과 구조가 체계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대표적 제주신화 열두본풀이와 당본풀이 등 열여섯 편을 제주어 표제 '조근조근'이란 뜻처럼 차근차근 낮은 목소리로 전해준다.

제주신화 속 신들의 모습은 우리네 인생과 다르지 않다. 결혼, 사랑과 죽음, 운명과 변신 등 신들의 세계가 마치 우리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할아버지의 삶을 보듯 그려진다.

첫 권은 천지왕에서 설문대할망까지 우리 신화로 배우는 우주와 문화 창조 이야기를 풀어냈다. 천지창조신화인 '천지왕본풀이',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 '설문대할망', 무조신 이야기 '초공본풀이', 아이를 낳게 하고 열다섯이 될 때까지 키워주는 '삼승할망' 등을 소개했다.

자청비부터 도깨비까지 우리 신화로 배우는 삶과 사랑 이야기는 둘째 권에 실었다. 환상과 신비의 꽃밭인 서천꽃밭을 지키는 꽃감관 이공이 등장하는 '이공본풀이', 농경신인 자청비에 관한 '세경본풀이', 잘 모시면 인간에게 부귀영화를 안겨주지만 소홀하면 재앙과 질병을 불러온다는 도깨비신 '영감본풀이' 등을 다뤘다.

마지막 권에는 가믄장아기와 강림차사 등을 통해 우리 신화로 배우는 운명과 도전 이야기가 들어있다. '전생의 업'을 관장하는 전상신 가믄장아기가 나오는 '삼공본풀이', 저승에 다녀온 강림이 이야기 '차사본풀이', 제주 성안에 자리 잡은 뱀신 칠성 '칠성 본풀이' 등을 만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본문의 대사는 제주어를 살려 쓰려 했다. 제주어는 각주를 달아 따로 풀이해 놓았다. 대신 지문은 의미 전달을 위해 표준어 중심으로 표현했다. 지노. 각권 1만4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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