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제주 제2공항에 반대하며 제주도청 현관 앞에서 '연좌시위'를 진행하던 10여명에 대한 '강제퇴거'가 이뤄졌다. 도청 공무원 300여명이 투입됐으며, 이중 여성 공무원은 약 60명에 이른다.
강제퇴거 과정에서 시위자들은 서로 팔짱을 낀채 드러누워 "폭력적인 행위를 멈춰달라"고 소리를 쳤지만, 여러명의 공무원들의 손에 의해 거칠게 들려져 짐짝처럼 도청 밖으로 내쳐졌다. 누가 무엇을 잘못했는지를 떠나 사람이 사람을 강제적으로 끌어내리는 모습에 마음 한 켠이 어두워지는 순간이었다.
자세히 보니 퇴거에 나선 공무원들의 얼굴에도 괴로움이 가득했다. 경찰처럼 전문 훈련을 받지 않아 저항하는 시위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는 게 버거웠을 것이고, 그렇다고 '위'에서 시키는 일을 거부할 수도 없는 상황이 얼굴에 나타난 것이다.
이날 강제퇴거에 투입된 공무원들은 '제주도 자체 청사 방호를 위한 근무 매뉴얼'에 근거해 각 부서에서 차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권한은 관리권자, 즉 원희룡 제주도지사에게 있고, 이번 같은 경우는 원 지사의 권한을 위임 받은 총무과장에 의해 이뤄졌다.
차출된 공무원들은 7일 아침에 일제히 모여 '안전교육'을 받았지만, "여성 시위자는 반드시 여성 공무원이 맡아라", "도청에 새로운 시위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진입을 막아라" 등 문제를 확대시키면 안된다는 당부 수준에 머물렀다.
여성 공무원 A씨는 "거절했다 괜히 미운털이 박히지 않을까라는 걱정 때문에 순순히 차출 통보를 받아들였다"며 "하지만 막상 현장에서 일을 치르고 나니 마음이 좋지 않아 하루종일 죄책감에 시달려야 했다"고 말했다.
제주도 관계자는 "강제퇴거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는 직원이 있으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해명했다.
한편 강제퇴거 당일 연차를 낸 원희룡 지사는 다음날 출근길에 도청 현관 앞에 그대로 연좌시위가 벌어진 모습을 보고 당혹스러운 듯 특별한 언급 없이 집무실을 향했다.
<송은범 행정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