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런던 스모그' 남의 일 아니다

[현영종의 백록담] '런던 스모그' 남의 일 아니다
  • 입력 : 2019. 01.21(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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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2년 12월 4일, 런던이 스모그에 침식됐다. 고기압의 영향으로 차가운 안개가 런던을 뒤덮었다. 추운 날씨에 런던 시민들은 난방을 위해 평소보다 많은 석탄을 사용했다. 지상 교통수단마저 디젤 버스로 바뀌면서 아황산가스·이산화 황 같은 대기 오염물질이 대량으로 배출됐고, 이들은 차가운 대기에 침잠됐다.

앞이 보이지 않고 운전도 불가능 했다. 런던 동부의 공업지대와 항만 지역에서는 발 밑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스모그 발생 후 첫 3주 동안 4000명이 숨졌다. 스모그가 물러갔지만 만성 폐질환 등으로 8000여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그 유명한 '런던 스모그 사건'이다. 영국은 이를 계기로 1956년 '대기오염 청정법'을 제정했다.

초미세먼지의 위세가 매섭다. 13일 한반도를 강습한 초미세먼지 군단은 16일까지 위세를 떨치며 선연한 공포를 남겼다. 이 기간 제주지역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나쁨' 또는 '매우 나쁨'을 기록했다. 날씨가 풀리면 더욱 기승을 부릴 것이란 예보도 나왔다. '삼한사미(三寒四微:사흘은 추위, 나흘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린다는 뜻)'라는 신조어가 새삼 와닿는다.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서도 높은 편이다. 2017년 연평균 초미세먼지 농도는 25.1㎍/㎥로 가장 높았다. 인도(90.2㎍/㎥), 중국(53.5㎍/㎥) 다음이다. 가장 낮은 핀란드(5.9㎍/㎥)와 비교하면 4배가 넘는 수준이다. 프랑스 파리(13.9㎍/㎥), 일본 도쿄(13.3㎍/㎥), 영국 런던(12.5㎍/㎥) 보다 갑절 가량 높다. 청정제주 또한 미세먼지에 있어 안전지대는 아니다. 지난 2016년 제주지역의 미세먼지 주의보는 5회·6일에 그쳤지만 2018년엔 7회·11일로 증가했다.

각국은 벌써부터 초미세먼지와의 전쟁을 수행중이다. 태국은 수도 방콕에 인공강우를 준비중이다. 방콕시내 곳곳에 배치한 물대포를 쏘아대며 미세먼지를 씻어 내리고 있다. 유럽과 북미 59개 국가는 지난 1979년 '월경(越境)성 장거리 이동 대기오염 협약'을 체결했다. 국가별로 대기오염물질 배출한도를 정하고, 이를 지키도록 강제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 1967년 '공해대책기본법'을 제정, 대기의 질을 관리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대책은 걸음마 수준이다. 지난 13~15일 사상 처음으로 비상저감조치가 사흘 연속 발령되면서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합동 점검에 나섰다. 며칠전엔 내달 15일부터 시행되는 '미세먼지 저감 및 관리에 관한 특별법'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다. 안일한 인식과 함께 정부·지자체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지난해 보건환경원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는 서울의 미세먼지가 런던 스모그와 유사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비록 일부 의견이기는 해도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근원적이면서도 전방위적인 대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국과의 국제적 협력과 함께 국내·지자체별 발생 원인에 대한 효율적 관리에 나서야 한다. 도시숲 등 녹지공간 확충에도 매진해야 한다. 도시숲은 미세먼지 뿐만 아니라 일산화탄소·이산화탄소·이산화황 같은 대기중의 오염물질을 줄여준다. 홍수 방지, 냉·난방 에너지 절감, 이산화탄소 저감에도 탁월한 효과가 있다. 때마침 제주시가 도심 녹지공간 확충에 나섰다. 인식의 변화와 함께 지자체의 노력이 시작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제주시의 작은 노력이 청정제주를 지켜나가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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