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그 땅에 살았으나 부재했던 그, 그녀들

[책세상] 그 땅에 살았으나 부재했던 그, 그녀들
오세종의 '오키나와와 조선의 틈새에서'
  • 입력 : 2019. 04.2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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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키나와전쟁으로 불가시화
전후 행방 묘연한 조선인들
현사·시정촌사 뒤지며 좇아


오키나와전쟁 당시 미군이 설치한 수용소 안에 '옛 위안부'가 등장한다. 화려한 파란색 옷을 입은 여성은 사선을 넘어 수용소로 보내졌지만 이름이 무엇인지, 어떤 연유로 오키나와까지 왔는지 알길이 없었다. 오키나와전쟁 당시 부대마다 있던 '군속 위안부'로 짐작될 뿐이었다. 여성만이 아니다. 일본 식민지시대에 끌려와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남성인 군부가 있었다. 위안부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군부 중에는 기적적으로 정체가 밝혀진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식민지시대 강요된 일본식 이름이었다. 오키나와의 어느 곳에 묻혔지만 지금까지도 본명을 모르는 상황은 계속되고 있다.

재일조선인 3세인 일본 오키나와 류큐대학 오세종 교수가 쓴 '오키나와와 조선인의 틈새에서'는 그들을 불러냈다. '조선인의 '가시화/불가시화'를 둘러싼 역사와 담론'이란 부제가 달린 책으로 오키나와 땅에서 이름조차 알려지지 않고 전후에는 보이지 않는 존재로 묻혀버린 그, 그녀들의 흔적을 혼신을 다해 좇았다.

'오키나와의 조선인'의 위치는 중층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들은 식민지 역사, 오키나와전쟁, 미군 점령하를 살아오는 동안 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 유동적이고 불확정적인 존재였다. 1972년 '복귀' 이전까지 오키나와는 일본이 아니었기 때문에 오키나와의 조선인은 재일조선인도 아니었고 불가시화된 자들, 귀속처가 불분명한 자들, 그 틈새에 끼인 자들이었다.

저자는 전쟁에 동원되거나 그 이전부터 틀림없이 존재했던 오키나와의 조선인들이지만 전쟁 이후 행방이 묘연해진 그들을 찾기 위해 오키나와 현사, 시정촌사, 오키나와와 한국 신문 자료, 회고록, 위령비와 탑에 새겨진 글귀까지 뒤졌다. 이 과정을 통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법제도적으로 부재한 것처럼 취급당했던 조선인들이 희미하게 얼굴을 드러냈다.

오 교수는 "오키나와의 조선인들은 오키나와와 조선 사이에 가로놓인 존재였다. 그런 탓에 오키나와 사람들과 많은 경험을 공유하지만 고유의 역사적 경험을 갖고 살아온 만큼 오키나와 조선인을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아직 더 많은 자료 발굴과 증언이 필요하다"고 했다. 손지연 옮김. 소명출판. 1만9000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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