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전쟁으로 죽은 이에 대한 숭배는 옳은가

[책세상] 전쟁으로 죽은 이에 대한 숭배는 옳은가
강인철의 '전쟁과 희생-한국의 전사자 숭배'
  • 입력 : 2019. 05.10(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현충일, 6·25전쟁 기념일, 국군의 날, 국제연합일…. 달력을 넘기다보면 전쟁을 상기시키는 국가기념일들이 빨간 글자로 표시되어 있다. 6월 한달은 호국보훈의 달이다. 뿐인가. 곳곳에 전사자들을 영웅시하고 찬양하는 기념물, 의례, 장소들이 있다.

강인철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가 쓴 '전쟁과 희생'은 현대 한국에서 '전사자 숭배'로 부를 만한 현상이 형성되고 변천되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국내에 소개된 조지 모스의 '전사자 숭배' 등에 지적 자극을 받아 한국에도 과연 전사자 숭배가 존재하는가, 그런 현상이 있었다면 유럽 사회들과 구분되는 한국의 특징은 무엇인가 등을 들여다봤다.

그가 말하는 전사자 숭배는 전장에서 죽거나 거기서 입은 치명적 부상으로 죽은 군인들을 향한 예찬과 영웅화, 그와 관련된 다양한 실천·제도·관행들을 가리킨다. 그중에서 저자는 전사자에게 바쳐진 묘, 의례, 기념시설 세 가지가 중요하다며 이를 '전사자 숭배의 트로이카'로 명명하고 이를 포괄적으로 분석했다.

그는 전사자 숭배가 전사자들의 육신을 전유해 정치화함으로써 국가의 지배층은 전쟁을 미화하거나 신화화하고 기존 체제의 정당성을 획득하거나 공고화하려 애쓴다고 지적했다. 기실, 이같은 숭배 활동에 공을 들이지 않는 국가나 지배층은 없다. 그래서 전사자 숭배는 단순한 애국심의 표현을 넘은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다.

이번 연구에서는 특히 서구와 대비되는 동아시아적 전사자 숭배의 특성으로 전사자의 신격화, 촘촘하고 다중적인 영적 안전망 두 가지를 꼽았다. 전사자 신격화는 조상숭배 전통이 강한 동아시아 사회들에서 조상신 승화의 기제가 작용한 결과로 판단했다.

저자는 전사자 숭배와 거리두기를 제시하며 '이중의 전환'을 주문했다. 평화주의로의 전환과 애도로의 전환이 그것이다. 더 이상 정의로운 전쟁은 없다, 그러므로 전쟁으로 인한 모든 죽음은 찬양될 수 없고 그저 애통할 죽음일 따름이라고 했다. 역사비평사. 2만80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063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