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6)도시숲 조성 방향은

[녹색 제주를 디자인하다] (6)도시숲 조성 방향은
다양해지는 도시숲… 사전단계부터 기능·목적 감안한 설계를
  • 입력 : 2019. 05.22(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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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숲 조성하는데만 치중
도시숲 다원적 효과는 한계
다열·복층가로수 확대해야
'목적형 도시숲' 개발 필요


제주도는 동북아의 환경수도를 지향한다. 이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등 하드웨어적인 화려한 타이틀로만 이룰 수는 없는 일이다.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하고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들이 뒷받침돼야 가능하다.

도시숲 조성은 쾌적한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도록 하는데 일차적 목적이 있다. 날로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나 도심 열섬현상, 대기정화, 소음차단 등 다양한 효과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 가로수를 비롯 도시숲은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이는 도심의 다양한 가로수가 주는 효과를 실험한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해 7월 서울시 종로구 일대에서 의미있는 실험을 했다. '한줄 가로수' 와 '하층숲 가로수', '벽면숲 가로수' 거리에서 미세먼지 농도 감소와 기온저감 효과를 측정하는 실험이다. 보행자를 땡볕에 노출시킨 뒤 도시숲에서 10분간 휴식을 취하게 하고 얼굴 표면의 온도를 측정했다. 그 결과 얼굴 표면 온도가 한줄 가로수에선 평균 1.8℃, 하층숲 가로수에선 평균 4.5℃, 벽면숲 가로수에선 평균 3.9℃ 내려가는 효과가 나타났다. 미세먼지 농도는 하층숲 가로수에서 32.6%, 초미세먼지 농도는 15.3%가 낮았다. 벽면숲 가로수에선 미세먼지는 29.3%, 초미세먼지 농도는 16.2% 낮은 현상을 보였다.

이에 대해 국립산림과학원은 하층숲과 벽면숲 가로수에서 기온이 낮은 것을 '숲 지붕층'의 '그늘효과', 나뭇잎의 '증산작용효과', 하층과 벽면숲에 의한 '반사열 저감효과'로 설명했다. 또 하층숲과 벽면숲은 단위면적당 잎면적을 증가시켜 미세먼지를 붙잡아두는데 효과적이고, 가로수와 함께 미세먼지와 폭염을 저감한다고 했다.

제주도는 그동안 지속적으로 산림면적을 늘리고 도시숲 등을 조성하고 있지만 기능과 효과, 다양성 측면에선 한계가 있다. 제주도는 지난 1973년부터 전체 산림면적(8만8022㏊)의 48%에 이르는 42만6000㏊를 조림했다. 도시공원은 제주도 전체적으로 244개소에 991만1000㎡ 규모다. 도시숲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21개소에 113.42㏊, 명상숲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2017년까지 24개교에 조성됐다.

그렇지만 도시숲이나 공원 등은 산발적으로 조성되면서 연계성이 부족하다. 기능과 효과를 고려하기보다는 양적 확대에 치중하다보니 조성하는데 급급한 측면이 강하다. 가로수는 단열·단층구조 등으로 조성된 경우가 많다. 이를 다열·복층 구조로 확대 조성하는 방향으로 바뀌어야 한다. 한 줄로 심어진 키 큰 가로수 밑에 관목이나 초본을 심는 것만으로도 나무그늘 효과를 몇 배 높일 수 있다. 그럴 경우 도로변 소음감소와 대기정화 등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하늘 위의 숲'이라 불리는 옥상녹화나 벽면숲 조성 등도 확대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공공부문에서 먼저 관심을 가져야 민간부문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도시숲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가는 것과 함께 사전 단계에서부터 어떻게, 무엇을 위한 도시숲인지를 미리 설계하고 조성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서울시를 비롯 다른 광역 지자체들도 다양한 도시숲 조성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미세먼지, 열섬현상, 폭염 피해를 줄이기 위해 올해부터 2022년까지 4800억원을 들여 도심에 나무 1500만 그루를 더 심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심은 1530만 그루에 이은 추가 조성계획이다. 도시숲이 미세먼지, 폭염, 도심 열섬현상 등 환경 문제를 완화할 수 있도록 '바람길 숲' 등 다양한 숲을 설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가로수는 한줄이 아닌 두줄로 심고, 키 큰 나무 아래 작은 꽃이나 나무를 층층이 심는 '가로숲 길'을 2021년까지 모두 30㎞ 구간에 만든다고 한다. 횡단도로 주변엔 인공 그늘막 대신 그늘을 만들 수 있는 나무를 심고, 건물 벽면과 옥상에 식물을 심는 '수직정원'과 건물숲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인천광역시 또한 오는 2022년까지 지속가능한 친환경생태도시 조성을 위한 '그린 에코시티, 인천' 계획을 수립했다. 도시의 열섬화 방지에 효과적인 옥상녹화를 비롯 취약계층을 위한 나눔숲 조성 다양한 형태의 녹지공간을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이와 관련 산림청은 올해부터 목적형 도시숲 조성모델을 개발·보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를 테면 바람길숲, 미세먼지 저감숲, 재난방재형 숲 등을 들 수 있다.

바람길숲은 미세먼지나 도시열섬 등을 조기에 분산·저감시키기 위해 도시외곽의 찬바람을 끌어들여 대기정체를 해소할 수 있도록 설계·조성하는 숲이다. 미세먼지 저감숲은 주요 발생원 및 도로 주변에 미세먼지 저감률이 높은 수종을 선택하여 조성하게 된다. 잎 표면이 넓은 수종을 복층·단층으로 조성하여 숲을 통과하는 동안 미세먼지의 흡착, 흡수로 농도를 저감시키는 효과가 기대된다. 재난방재형 숲은 지진이나 산사태, 폭염 등 재해발생시 시민들의 대피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개방형 숲을 조성하는 것이다.

가로수나 도시숲은 시각적 효과나 미관 유지만을 위한 기능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무조건 조성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조성 목적에 따라 수종선택과 식재, 장소 선정 등 도시숲이 달라진다. 앞으로의 도시숲 조성은 다원적 기능과 효과를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여기에다 제주의 지리적, 환경적 특성에 맞는 묘목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나가는 일도 중요한 과제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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