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이 어린이집·유치원 원아들을 대상으로 공연하는 모습.
어린이집·유치원 원아 대상 공연… "아이들 호응할때 가장 뿌듯"
3세대 아이들에게 제주어 전파… 자격증 취득 등 제2의 인생 준비
적게는 65세에서부터 많게는 85세까지. 백발이 성성한 노인들이 매주 무대에 올라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이들은 30평 남짓한 무대 공간에서 제2의 인생을 일구며 꿈을 키워간다.
사단법인 느영나영복지공동체가 운영하는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은 도내 60세 이상 노인 11명으로 구성된 공연 단체다. 제주지역 어린이집·유치원 원아들을 대상으로 된 인형극을 매주 선보이고 있다.
단원들의 이력은 각양각색이다. 문덕숙(76)씨는 초등학교 교사와 어린이집 원장 등을 하다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윤복희(69)씨는 전업 주부로 지내다 극단 단원으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 때로는 사자 등 동물 캐릭터 옷을 입고, 때로는 막대 인형을 들고 무대에 오른다. 문씨와 윤씨는 자신들의 공연을 본 아이들이 소리를 지르며 손뼉을 칠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입을 모았다.
문씨는 "인형극을 할 때마다 삶의 활력을 느낀다"면서 "아무래도 무대 체질인 거 같다"고 웃어보였다. 윤씨는 "평소 굉장히 하고 싶었던 일이었다"면서 "그래서인지 공연이 다가올 때마다 설렌다"고 전했다.
인형극은 의욕만 있다고 해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단원들은 매주 월요일 사단법인 느영나영복지공동체 사무실 2층에서 만나 3시간 가량 손발을 맞춘다고 한다. 어떻게해야 더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출 수 있을 지, 더 재미있어 할 지 열띠게 토론하며 공연을 준비한다. 윤씨와 문씨는 동화구연자격증도 갖고 있었다. 제2의 인생을 미리 준비한 덕분에 인형극단 단원으로 선발될 수 있었다.
느영나영복지공동체 홍은희 과장은 "인형극단 단원은 전문성을 갖춰야 무대에 오를 수 있다. 또 극단도 일정 기간 공연을 하고 해체하는 1회성 일자리가 아니다"면서 "지속 가능한 일자리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내년에도 신규 단원들을 선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이 특별한 이유에는 주변에서 보기 드물게 노인들로 구성된 극단이라는 점도 있지만, 극단 이름처럼 제주어로 공연을 한다는 것에 있다. 제주어 전파와 노인 일자리 창출 등 2마리 토끼를 모두 잡고 있다.
느영나영복지공동체 부기웅 국장은 "제주어는 점차 잊혀져가는 데 어떻게하면 우리 아이들이 제주어를 친숙하게 접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제주어 인형극을 생각해냈다"면서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은 1세대가 손자뻘되는 제3세대 아이들에게 직접 제주어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아무리 공연이라도 아이들이 제주어를 막상 접하면 다소 생소해 할 수 있기 때문에 인형극 주제만큼은 아기돼지 삼형제처럼 평소 많이 접했던 친숙한 것들로 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원들은 인형극이 끝나면 아이들에게 공연에 등장한 제주어들을 다시 각인시킨다. 문씨는 "만약 공연에서 맹심(조심)이라는 제주어가 나왔다고 하면 공연이 끝난 뒤에 '여러분 계단을 내려갈 때에는 어떻게 내려가야죠? 바로 '맹심맹심'해서 내려가야죠'라고 다시 제주어를 일러준다"면서 "그러면 아이들이 그 자리에서'맹심맹심'이라고 합창하면서 제주어를 머리 속에 다시 담고 또 집으로 돌아가 오늘 배운 제주어들을 다시 부모들에게 전달한다"고 말했다.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은 앞으로 제주4·3을 주제로 한 인형극을 선보이고 싶다고 한다. 공연 대상도 어린이에서 노인들로 확장하려고 한다. 제주어 낭그늘 인형극단 꿈이 계속 영글어 가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