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3)제주 최초의 신도시, 삼도1동

[2019 조미영의 제주마을탐방] (3)제주 최초의 신도시, 삼도1동
오일장 서던 허허벌판서 벚꽃 흩날리는 거리로 변모
  • 입력 : 2019. 08.01(목)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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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벚꽃 축제 전농로 길 1977년 조성
축제 기간 연인원 30만명 이상 방문
‘순애보’ 홍윤애 기억하는 비석 남아
40년 넘게 꾸준한 모습이 마을 특징
기품 있는 구도심·제주시 허파 기능








어릴 적 기억에 서사라를 중심으로 한 전농로 주변은 잘 구획된 거리와 고급 단독주택들이 단정하게 자리 잡고 있던 부유한 동네였다. 서사로 상가거리의 '진아 슈퍼마켓'에 들러 동네 구멍가게에는 팔지 않던(근 단위로 무게를 달아 팔던) 양과자를 사들고 올 때면 어깨가 들썩하곤 했던 기억이 선명하다.

시민과 호흡하는 삼도1동 행정복지센터

동서로 소용천과 병문내를 경계로 남쪽은 도남동과, 북쪽은 삼도2동과 인접해 있던 삼도1동은 제주 최초의 신도시 개발지구이다. 1976년 서사라, 남서광 등의 자연마을을 중심으로 토지구획 정비 사업을 통해 지금의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서사로는 서문사거리에서 제주종합운동장 사거리까지의 1906m의 길이로 삼도동과 오라동을 잇는 도로다. 1974년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가 이 거리에 들어서고 이후 1980년대가 되면서 빠르게 발전했다. 차량들의 유입이 많아지며 상가가 조성됐다.

과거 전농로 사거리에서 적십자회관 사이에 오일장이 들어서 있을 때만 해도 이곳은 허허벌판과도 같은 곳이었다. 이후 마을길을 정비해 주택지를 조성하고 다듬었다. 그 중에 으뜸은 왕벚꽃 길이다. '전농로(典農路)'라 불리는 이 길은 1977년 조성됐다.

왕벚꽃 나무가 그늘을 만드는 전농로

당시 인근에 위치한 제주최초의 중등 교육기관이었던 제주 농업 고등학교의 70년사를 기리고 좋은 인재를 많이 배출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전히 인근에는 교육기관들이 있다.

한여름 따가운 햇살이 콘크리트를 녹여 내릴 듯 이글거리다가도 이곳 벚나무 길에 닿으면 얌전해진다.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주보는 나무들이 서로 손을 맞잡은 듯 에워싸고 깊은 그늘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전농로 한가운데 위치한 삼도1동 주민자치센터는 마치 녹지대에 있는 문화센터와 같았다. 울타리를 허물고 야외공연장을 만들어 주민들의 쉼터가 됐다.

삼도1동의 대표 축제인 왕벚꽃 축제 역시 전농로 길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벚꽃이 만개하는 3~4일 동안 30만명 이상이 이곳을 다녀간다. 덕분에 주변의 상가들도 활짝 웃는다. 전농로의 가로수인 왕벚꽃은 소중한 자산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문제도 있다. 칼호텔 사거리에서 전농로로 진입하는 도로의 왕벚꽃나무들이 도로 쪽으로 뿌리를 내고 있어 차량통행에 어려움이 있다. 통행량이 많은 출퇴근 시간이면 더욱 곤혹스럽다.

전농로 거리에 새롭게 들어서는 카페와 식당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 사람들은 이 나무를 지켜내고자 한다. 벚나무도 보호하고 통행문제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해 머리를 맞대야 하겠다.

전농로 초입에는 홍윤애의 무덤터가 있다. 제주로 유배돼 온 조정철을 사랑한 여인 홍윤애의 이야기가 남겨있는 곳이다. 연인을 모함에서 구하기 위해 끝내 목숨을 바치고만 여인 홍윤애. 이후 제주목사로 부임해 온 조정철은 그녀를 위해 무덤을 단장하고 시비를 세웠다. 1940년 무덤터에 농업학교가 들어서게 되자 무덤은 애월읍 유수암으로 이장됐다. 지금은 작은 비석으로 남아 그녀의 애절한 이야기를 기억하게 한다.

홍윤애 무덤터의 비석.

삼도1동은 현재 5900세대, 1만4000명으로 인구 변동이 미미하다. 최근 제주의 이주민 유입 현장에 비하면 다른 양상이다. 그렇다고 구도심의 공동화 현상도 없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꾸준한 모습이 이 마을의 특징이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반상회를 하고 이웃과 소통하며 지낸다. 학교, 병원 등이 가깝고 신제주와 구제주를 잇는 중심에 위치한 덕분에 교통도 편리하다. 한 번 터를 잡고 살기 시작하면 굳이 이사할 필요를 못 느낀다. 도시의 편리함과 시골의 푸근함이 같이 느껴지는 곳이다. 과거에는 제주 최초의 신도시였지만 지금은 기품 있는 구도심으로 남아 제주시의 허파와도 같은 기능을 할 수 있길 바란다.



[인터뷰] 김형렬 주민자치위원장·송강옥 동장


“‘차없는 거리’ 조성으로 새로운 휴식처를”


김형렬 주민자지위원장

삼도1동은 범죄가 없고 조용한 마을이다. 결혼 이후 이 곳에 거주해 계속 살고 있다. 앞으로도 이사할 생각이 없다. 교통도 편리하고 주변에 병원과 체육시설 등의 인프라가 잘 돼 있어 살기 좋다. 오래 지속적으로 살고 있는 분들이 많아 아직도 반상회가 운영되는 곳들이 있다. 그런 분위기 덕분인지 여전히 이웃과 나누고 어른을 공경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하지만 자녀세대가 분가해 어르신 분들만 남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분들을 위해 주민자치센터에서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수요 노래교실과 건강웃음체조는 인기가 좋다. 이날만 손꼽아 기다리신다는 분들을 보며 보람을 느낀다.

마을의 최대 축제는 전농로왕벚꽃 축제이다. 주민이 주최가 돼 축제추진위원회를 조직해 진행한다. 3월 말 혹은 4월 초 왕벚꽃이 피는 날에 맞춰 행사를 개최한다. 이 기간만큼은 차 없는 거리가 되니 한껏 벚꽃의 아름다움에 빠질 수 있다. 주변 상권형성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과거와 달리 전농로 거리에 활기가 돋는 걸 느낀다. 예쁜 카페나 식당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만큼 찾는 이들의 발길도 많아지고 있다.

그래서 제안하고 싶다. 날이 따뜻해지는 늦봄부터 추워지기 전 초가을까지 토요일 일부 시간에 이 거리를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하는 것이다. 주민자치센터 앞 야외무대를 개방해 젊은이들이 끼를 발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람들에겐 즐길 수 있는 거리로 만들어 주자는 것이다. 구도심의 상권 활성화는 물론 시민들에게 새로운 휴식처가 생기는 것이라고 본다.



“주민 참여로 함께 이루는 마을 활성화”


송강옥 동장

전농로의 벚꽃길을 명품 거리로 만들기 위해 환경정비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병문천 주변에도 벚꽃길을 조성해 전농로의 벚꽃길과 연계가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주민자치센터가 담장을 허물고 야외무대를 조성해 시민과 함께 할 수 있게 돼 긍정적이다. 이곳을 중심으로 하는 왕벚꽃 축제가 매년 성황이다. 축제를 준비하는 주민들의 자발적 참여로 축제가 날로 번창하는 듯하다. 덕분에 상가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적극 행정으로 지속적인 도움을 줄 예정이다.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운영하는 다우렁 돌봄 마을학교가 있다. 여름방학기간 맞벌이 가정 자녀들이 돌봄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을 대상으로 미술, 영어, 풍물, 탈춤, 연극 등의 교실을 운영한다. 주민들이 직접 자원봉사에 참여한다. 앞으로도 이 같은 좋은 정책들을 꾸준히 개발해 마을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할 것이다.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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