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상주의 한라칼럼] ‘와리지’ 말자

[강상주의 한라칼럼] ‘와리지’ 말자
  • 입력 : 2019. 10.22(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요즘 우리사회를 보면, 왜 이리 극단적인지 참으로 걱정이 된다. 상식과 합리적인 선에서 해결해야 하는 일들도 사생결단하듯, 혹은 우리 편이 아니면 적군이라는 식의 극단적 양분론적 태도로 상대를 비난하는 소리가 점점 커져 가고 있다. 이런 양분화 태도는 정치계뿐만 아니라 우리의 일상 사회생활에도 오염된 듯하다. 야심가들은 이러한 계기를 기화로 판을 흔들어야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고 믿는 것 같다. 이런 분위기를 나 뿐 아닌 많은 국민들도 우려하는 것 같다.

우리지역에서도 각종 조합, 금고, 신협 등의 생활밀접형 기관들이 있다. 이 기관을 이끄는 조합장 또는 이사장 선출에 조합원 전체의 투표를 요하는 기관도 있지만 대의원에 의한 간접선거를 통해 선출하는 경우도 많다. 선거운동 과정을 보니 보통은 불특정 대다수를 상대하는 데 반해 유권자들만 대상으로 해서인지 어떤 후보들은 유권자 100%를 대상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우군 51% 만을 대상으로 관리하는 것을 봤다. 내 생각에는 그런 사람들은 선거판의 고수임에 틀림없다. 그들은 선거운동에 몇 십 년을 종사해 터득한 노하우이리라 생각된다. 그들의 선거 전략의 핵심은 우군과 적군으로 구분하여 가능성 있는 우군만 챙겨 나가겠다는 것이다.

현재의 우리나라 정치 상황을 바라보면서 이러한 일들이 연상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우리 국민들을 이분법적으로 양극화시켜 자기들 지지파만 관리하겠다는 전략이 깔려있는 것처럼 보인다. 얼마 전 우리 대법원에서 일제의 강제징용에 대한 판결을 내렸다. 이에 대한 반응이 대법원 판결 관점에 부정적 국민이면 친일파고 긍정적으로 따르면 애국하는 것이라고 국민들을 이분화 시키고 있다. 내 개인 생각으로는 법원 판결에 대해 고위 공직자가 자기의 견해를 여러 번 밝히는 것도 매우 부적절하지만 영혼이 자유로운 교수 출신이라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고 여겼다. 나도 대법원 판결 그 자체로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다만 기존 입장이 있고 외교적 문제와 결부되기에 그런 점에 대한 출구가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국민들을 친일파와 애국파로 구분하는 것은 정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다.
그리고 청문회 등 여러 과정에서 일반인의 상식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주장들을 하는 것을 보고 평범한 많은 국민들이 어이없어 했다. 국민들은 표창장이든 증명서든 반칙으로 발급받아서 입학에 사용한 것은 명백한 불법과 불공정이라고 느낀다. 그래서 분노하는데, 본인이나 그의 지지자들은 이에 대한 성찰이나 반성은 없고 간신나라 충신처럼 제대로 된 국민여론은 보지도 않고 눈을 감고 있는 것 같다. 뭐가 그리 급한지 하루가 멀다 하고 국민들을 자극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완전히 우리나라 정치 수준의 민낯을 보여주고 있다.

이제 우리가 집중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할 것은 그동안 보여준 국민적 열기를 에너지로 하여 우리사회에 기생하고 있던 불공정과 불평등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지금이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계기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와리지’(조급해서 서둘다)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법과 규정에 따른 민주적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민주국가다. 우리는 왜 이렇게 ‘와리는지’ 모르겠다. <강상주 전 서귀포시장>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615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