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꿈꾸다] (6)스위스 추크 크립토밸리를 가다

[제주 블록체인 허브도시를 꿈꾸다] (6)스위스 추크 크립토밸리를 가다
이더리움 등 전 세계 가상화폐 기업 요람 '자리매김'
  • 입력 : 2019. 11.04(월) 00:00
  • 고대로 기자 bigroad@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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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크 칸톤 전경. 고대로기자

인구, 스위스의 1.8%이지만 GDP는 18% 차지
낮은 법인세 매력… 400여 블록체인기업 활동
세계 최초 암호화폐 전문은행 제도권 내 흡수
암호화폐와 기존 금융시장 시너지 효과 기대

제주특별자치도는 스위스 추크와 같은 세계 블록체인 성지로 도약하는 꿈을 꾸고 있다. 추크는 서울특별시 여의도 면적의 3배가 안 되는 작은 도시지만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특성화로 현재 세계 금융허브로 떠올랐다. 제주도는 추크와 같은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도민이 체감할 수 있는 블록체인 서비스 모델 발굴 등을 주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위스 추크가 세계 크립토밸리 성지로 발전할 수 있었던 배경과 지원정책, 블록체인 기업들이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6회에 걸쳐 조명한다.

추크 칸톤 바아트 바흐만 경제부장이 추크의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정책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고대로기자

스위스 추크(Zug)는 스위스의 광역단체로 우리나라의 '도'에 해당하는 26개 '칸톤(Kanton)' 중 하나다.

인구는 12만4000여명에 불과하지만 세계 크립토밸리(암호화폐를 뜻하는 'cryptocurrency'와 마을을 의미하는 'valley'의 합성어) 성지로 잘 알려져 있다.

스위스는 26개 칸톤이 독립적으로 경쟁하며 발전하는 나라다. 이 중 추크 칸톤은 인구가 가장 적고 주목받지 못하는 곳이었지만 지난 70년간 경제적으로 급성장을 이뤘다. 인구는 스위스의 1.8%이지만 GDP는 18%에 달하고 있다.

추크가 이처럼 경제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취리히 공항과 인접해 있어 외부 고객의 방문이 용이했고, 다른 칸톤과의 협업, 세금 감면 정책 등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스위스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금인하 정책을 추진했다. 스위스의 법인세율은 연방세와 지방세를 합해 평균 17.9%이다. 하지만 추크의 법인세는 ▷우대기업 8.6~9.65% ▷일반 기업 14.65%로 파격적이다. 이중 8.5%인 연방법인세를 제외하면 추크의 지방법인세는 0.1~6.1%에 불과하다.

이는 지방정부가 법률을 직접 제정하고 세목과 세율을 직접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어 지방정부가 규제를 완화할 수도 없고 주민에게 의무를 부과할 수도 없다.

이같은 낮은 세율 정책으로 전세계의 기업이 스위스로 이주할 수 있었다. 블록체인기업뿐만 아니라 미국 제약그룹 존슨앤드존슨, 독일 전자제품사 지멘스,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 등이 이곳에서 기업활동을 하고 있다.

추크는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가상화폐 기업의 요람이기도 하다. 금융서비스 승인 과정을 대폭 단축해 관련 기술 업체의 70%가 추크에 둥지를 틀었다. 이미 스위스에 거대 기업들이 자리잡고 있었기 때문에 블록체인 사업도 쉽고 빠르게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호숫가에 자리한 정부 청사 등 추크의 독특한 풍경들을 볼 수 있는 특별한 전망지점인 구기의 모습. 사진=추크 칸톤 제공

스위스는 ICO(가상화폐공개)를 허용하고 세계 최초로 암호화폐 전문은행을 제도권 안으로 흡수했다.

지난 2013년 가상화폐통화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이 이곳에 재단을 세우자 30개 회사가 따라 들어왔다. 2017년 테조스가 가상화폐공개를 통해 2억3000만달러의 자금을 조달했고 한국에서는 에이치닥 등이 추크로 건너와 ICO를 했다. 현재 블록체인 기업은 400여개이다.

지난 10월 21일 이곳에서 만난 바아트 바흐만 추크 칸톤 경제부장은 "이더리움 설립 후에 30개의 회사가 모여 회의를 하기 시작한 것이 크립토밸리의 시작이 됐다"며 "당시 비트코인으로 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해서 굉장히 큰 광고 효과를 얻었다"고 말했다.

추크 칸톤의 행정적인 지원도 기업들 성장에 촉진제가 되고 있다.

추크는 기업 지원을 위해 새로운 정책을 만들기보다는 새로운 기술이 기존 법률에 융합될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지원한다. 또 모든 사업을 지원하지 않고 가능성을 확인했을 때만 선택해 지원한다.

바아트 바흐만 경제부장은 "협업자들은 새로운 사업에 유연하게 대처할 준비가 된 민주주의 성향을 갖고 있는 정부를 원한다. 이것을 충족해 주는 곳이 스위스였기 때문에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이더리움이 이곳에 올 때 암호화폐로 세금정산을 했다. 암호화폐에 대한 세금 정산국가가 많지 않다. 그것을 최초로 시작한 국가가 스위스"라고 강조했다.

추크는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행정서비스에 접목하고 있다.

바아트 바흐만 경제부장은 "블록체인 기술의 활용으로 2주가 걸리던 일을 3시간만에 해결할 수 있게 됐다. 일반 시민들을 대상으로 코인지갑을 통해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 적용도 테스트 중이다. 시단위이기 때문에 블록체인 기반 기술을 활용해 자전거를 빌리는 시스템을 운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추크 구도심 전경. 사진=추크 칸톤 제공

추크는 현재 비트코인 거품 효과는 가라 앉았지만 오히려 과거의 비트코인 버블이 있었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성숙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바아트 바흐만 경제부장은 "이제는 ICO를 하려는 기업들은 싱가포르 등으로 가고 있다"며 "이곳에 있는 블록체인 기업들은 ICO를 벗어나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스위스는 암호화폐를 규제하려는 각 국의 움직임이 거세지면서 그 위상이 흔들리고 있지만 암호화폐를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국가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에는 변함이 없다고 한다.

바흐만 경제부장은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본 기술이다. 모든 참여자의 권리와 이익, 거래의 투명성을 담보한다. 계약은 간단해지고, 물건을 사고파는 방식도 변하게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성장하면서 기존 은행 등 금융기관과 부딪치는 일도 생길 것이다. 하지만 암호화폐가 기존 금융시장을 파괴하기보다는 서로 보완하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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