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종의 백록담] 제주형 '시카고 플랜(Chicago Plan)'을

[현영종의 백록담] 제주형 '시카고 플랜(Chicago Plan)'을
  • 입력 : 2019. 11.18(월) 00:00
  • 현영종 기자 yjhyeon@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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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대학(University of Illinois at Chicago;UIC).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시에 있는 주립대학으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명문대학교이다. 지금까지 100명이 넘는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으며, 시카고 학파는 주류 경제학파로 분류될 만큼 영향력을 갖고 있다.

시카고대학도 처음부터 일류 대학교는 아니었다. 20세기 초반까지는 별 볼일 없는 지방 삼류대학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1929년 5대 총장으로 로버트 허친스(Robert M. Hutchins)가 부임하면서 변화의 바람이 시작됐다. 그는 학생들에게 고전 100권을 읽게하고, 그 책을 다 읽은 학생들만 졸업을 시켰다. 그 유명한 '시카고 플랜(Chicago Plan)'이다. 시카고 플랜은 허치슨 총장이 물러나면서 끝나는 듯 보였지만 그 전통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시카고 플랜의 성과는 믿기 힘들 정도다. 고전을 읽으며 학생들의 사고에도 변화가 시작됐다. 고전 저자들의 사고 능력이 학생들의 두뇌 깊은 곳에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100권에 이르면서 사고의 틀이 획기적으로 바뀌었다. 노벨상 후보에 이르고, 노벨상을 수상하거나 정치·경제계에서 뛰어난 업적을 일구는 졸업생들이 하나 둘 씩 늘기 시작했다. 시카고 대학교는 이제 미국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명문의 반열에 올라섰다.

독서와 학업은 유의미한 상관관계를 갖는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2016년 당시 고등학교 2학년생 1만558명을 대상으로 독서활동 실태를 조사·분석한 결과다. ▷학업성취도에선 독서를 하는 학생의 학업성취도(5.64점)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4.75점) 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 달에 한 권 넘게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학업성취도(5.57점) 또한 한 권 이하 학생들(5.46점) 보다 높았다. ▷진로성숙도 수준에도 차이를 보인다. 독서를 하는 학생들의 진로성숙도(3.58점)가 그렇지 않은 학생들(3.20점) 보다 높았다. 한 달에 한 권 이상 독서를 한 경우(3.65점)와 하지 않은 경우(3.39점) 또한 차이를 보였다. 뿐만 아니라 ▷다문화수용성 ▷자기효능감 등에서도 차이가 확연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연간 독서량은 성인 8.3권, 학생 28.6권에 머무른다. 특히 고등학생은 8.8권으로 성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나마도 매년 감소 추세이다. 학생들은 '평소 책 읽기 어려운 요인'으로 ▷학교나 학원 때문에 책 읽을 시간이 없어서(29.1%) ▷책 읽기가 싫고 습관이 들지 않아서(21.1%) ▷휴대전화·인터넷·게임 하느라 시간이 없어서(18.5%) ▷읽을 만한 책이 없어서(7.7%) ▷어떤 책을 읽을지 몰라서(6.9%)를 꼽는다.

독서환경에 있어 제주의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체계적인 시스템은 고사하고 학교 도서관에 전담인력마저 턱없이 부족하다. 도서관과 일부 학교를 중심으로 관련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일관성 없이 시류에 좌고우면해 온 결과다. 독서는 문제 해결 능력의 바탕이면서 융합교육을 이해하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체계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독서교육 체계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제주특성에 맞는 '시카고 플랜'이 절실한 즈음이다. <현영종 편집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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