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에 드러난 '프로듀스101' 조작 전말

공소장에 드러난 '프로듀스101' 조작 전말
  • 입력 : 2019. 12.06(금) 14:48
  • 연합뉴스 기자 hl@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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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너원.

'엑방원'(엑소·방탄소년단·워너원)이라는 신조어를 남긴 엠넷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프듀) 101' 시즌2도 결국은 조작의 산물이었다.

 지난 4일 공개된 '프듀' 조작 논란 관련 검찰 공소장의 하이라이트는 시즌2 프로젝트 그룹 워너원에도 순위권 밖 멤버가 포함됐다는 내용이었다.

 신드롬으로 불린 시즌2의 큰 성공이 결국 차기 시즌에 더욱더 대범한 조작으로 이어진 셈이다.

 그러나 시즌1 아이오아이와 시즌2 워너원은 이미 프로젝트 활동을 마쳐 당장 직접적인 타격은 없는 상황이다. 엠넷은 조작 이슈와 관련한 결말을 시즌3 아이즈원과시즌4 엑스원을 통해 짓게 됐다.

 ◇ 시작부터 조작, 범인도 범위도 점점 늘었다

 최근 검찰이 국회에 제출한 관련 공소장을 보면 조작의 주체와 범위가 점점 늘어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오아이를 배출한 시즌1에는 안준영 PD 홀로 조작에 참여한 것으로 기술됐다.

 안 PD는 시즌1 방송 초반인 2016년 2월 1차 통과자를 선발하면서 시청자 온라인투표와 방청객 현장 투표를 조작, 61위 안에 있던 연습생 2명을 밀어내고, 61위 밖에 있던 다른 2명을 넣었다.

 시즌2에서는 안 PD에 더해 김용범 CP(책임프로듀서)도 본격적으로 조작에 가담한 것으로 적시됐다.

 안 PD는 1차 선발 과정에서 60위 안에 있던 연습생 1명을 60위 밖으로 밀어내고, 순위권 밖 연습생을 끼워 넣었다. 김 CP는 최종 생방송에서 데뷔권인 11위 안에 진입한 연습생의 득표수를 조작, 데뷔를 막고 순위권 밖 연습생을 데뷔시켰다.

 시즌2의 대박 속 일본과 합작한 시즌3에는 앞선 두 PD에 더해 보조PD까지 합세했다.

 세 사람은 최종 생방송 전 사전 온라인 투표 중간 결과를 본 후 아이즈원 콘셉트에 맞지 않는 연습생들이 있다고 판단, 이들을 제외하고 자신들만의 팀을 구성해두고 순위마저 정해놨다.

 이 순위에 따라 연습생별 총투표수 대비 득표 비율도 정해놓다 보니, 문제의 '특정 배수'가 발생했고 이 '실수'가 시청자들에게 덜미를 잡혔다. 시즌3에서 문자 투표를 통해 얻은 수익금은 3천600만원이었다.

 시즌4에서는 1~4차 투표에서 꾸준히 조작이 이뤄졌다. 특히 4차 투표에서는 이미 한 번 데뷔해본 '중고 신인'들이 데뷔권에 들자 이들을 제외하기 위해 데뷔조 11명을 미리 정해뒀다.

 시즌4 역시 8천900만원의 문자 투표 수익금을 올릴 정도로 팬덤의 역할이 돋보였으나 결과적으로 '국민 프로듀서'의 선택은 결과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 시청자도 그룹도 피해자…엠넷 "수습" 발표 후 장고

 연출자가 매니지먼트사들로부터 5천만원에 가까운 향응을 받고 조작을 자행하면서 '국프'는 물론 각 시즌을 통해 데뷔한 멤버들, 넓게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연습생들까지 모두 피해자가 됐다.

 시즌마다 수개월씩 매일같이 온라인 투표를 하고 마지막에는 유료 문자 투표까지 했던 시청자들은 '내 손으로 내 아이돌을 키운다'는 '프듀'의 모토에 속고 농락당했다. 심지어 시즌2부터는 '내 연습생'을 데뷔시키기 위해 모금까지 해가며 지하철·옥외광고를 한 팬들도 적지 않았기에 배신감과 허탈함도 크다.

 시청자들로 구성된 '프듀' 조작 의혹 진상규명위원회는 엠넷을 향해 "아이돌 문화를 수직 계열화해 대중문화 발전을 저해하는 암적인 존재", "꿈을 이루고자 하는 청소년에게 아무렇지도 않게 인권을 유린하며 저열한 조작 행위를 서슴지 않는 극악무도한 기업"이라고 날 선 비판을 이어오고 있다.

 조작 논란의 화살은 활동 중인 아이즈원, 엑스원으로 향하기도 했지만 사실은 이들 역시 피해자라는 시각이 대부분이다.

 특히 아이즈원과 엑스원은 한창 활동 중이었거나 이제 막 본격적으로 발을 내딛으려는 시점에 조작 논란이 터지면서 그룹 활동은 물론 앞으로 활발한 개인 활동도 장담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 공소장에서 누가 '피디픽'(피디가 조작 행위 뽑은 멤버)인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 없는 가운데 벌써 온라인에서는 해당 인물을 추측하는 글이 줄을 잇고, 피해는 모든 멤버에게로 돌아가고 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조작에 가담한 제작진 외) 다른 엠넷 방송관계자들은 조작 사실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꾸준히 강조하기는 했지만, 대중의 눈높이에서 이 사태의 최종 책임자는 엠넷이다.

 엠넷도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 수사와 재판 절차가 끝나면 피해자들에게 보상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보상 범위와 방법을 정하기가 쉽지않은 상황이기도 하다.

 엠넷 측은 6일 "공소장 내용을 아직 확인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 "아이즈원·엑스원 활동 불투명…소비자 보상이 문제"

 '신드롬'까지 낳았던 시즌2의 워너원마저 검찰 수사에서 '조작 그룹'으로 결론이 나면서 연예계에 미치는 파장도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날 검찰의 공소장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부터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는 몇몇 워너원 멤버들의 이름이 올랐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통화에서 "(워너원은) 보통 팀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보이그룹이라고 보니까 굉장한 파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심각한 문제가 터진 것 같다"고 진단했다.

 그나마 워너원은 계약으로 정해져 있던 활동을 마치고 해산했지만, 아이즈원과 엑스원 멤버들은 계약 기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소속사와 공모한 게 아니라면 열심히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밖에 없기 때문에 멤버들의 잘못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면서도 정상적인 그룹 활동은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멤버 중 원래 순위대로라면) 떨어지는 멤버도 있을 텐데 활동이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룹이 유지되긴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결국엔 멤버들이 각자 활동해야 하지 않겠나"라며 "프로그램이 그래도 인지도를 만들어준 부분이 있어서, 개인 활동을 시도해봐야 하지만 섣불리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상 초유의 오디션 프로그램 조작 사태를 해결할 엠넷의 보상 방안에 대해서도전문가들은 유사 사례가 없어 예측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 평론가는 "일부 소속사도 잘못이 있어서 아티스트에 대한 보상은 애매할 수 있다. 그보단 소비자(국민 프로듀서)가 문제인데, 팬들의 피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는 건 어려워 보인다"고 내다봤다.

 하 평론가는 "불이익을 당한 사람에게 금전적인 보상이 됐든, 향후에 출연 기회를 주든, 앨범 제작에 도움을 주든 보상을 주는 방식은 다양할 것 같다. 어떤 방식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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