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반세기

[기획]한라산 국립공원 지정 반세기
체계적 보전·관리 전략 실행 속 가치 극대화를…
  • 입력 : 2020. 01.01(수)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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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한라일보DB

1966년 천연보호구역·1970년 국립공원 지정
생물권보전지역·세계자연유산·람사르습지까지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계획뿐 유명무실
곶자왈·오름 등 아우르는 '제주국립공원' 절실

민족의 영산 한라산은 '능히 은하수를 잡아당길(雲漢可拏引也) 만큼 높은 산'이란 뜻에서 이름 붙여졌으며, 금강산·지리산과 더불어 우리나라 삼신산(三神山) 중 하나다.

한라산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된지 올해로 50년이 됐다. 1966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1970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2002년에는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으로 지정됐으며, 2007년에는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2008년에는 물장오리오름 산정화구호 습지가 람사르 습지로 등록돼 보호 관리되고 있다.

▶국립공원=우리나라에서 국립공원은 1967년 3월 '공원법'이 제정되고, 이 법을 근거로 그 해 12월 지리산을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 시초다. 이듬해인 1968년 한려해상·경주·계룡산, 1970년 3월 24일 한라산과 더불어 설악산·속리산 등이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면적은 한라산 천연보호구역(91.654㎢)을 포함 153㎢에 이르렀다. 한라산국립공원은 제주도 면적(1849.3㎢)의 약 8.3%를 차지한다. 한라산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보호를 받도록 제도화된 것이다. 한라산을 국가의 책임아래 자연경관과 생태계 등을 보전하면서 국민들의 건강과 정서함양을 위해 지속적인 이용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것이다.

하지만 한라산은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이전부터 훼손의 연속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람에 의해서, 기후에 의해서 수많은 생채기를 남기고 있다. 수많은 탐방객과 기후변화는 가장 위협적 존재다.

식생 훼손 및 붕괴 등의 이유로 1978년 백록담 분화구 출입이 금지됐고, 1986년 5월 남벽코스에 이어 1994년 서북벽코스가 폐쇄됐다. 한라산을 보호하기 위한 기초적인 조치였다.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제주연구원과 국립공원관리공단 국립공원연구원은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을 앞두고 2018년 한라산 가치보전 천년대계 수립용역을 수행했다.

용역에는 핵심가치를 담은 비전으로 '아름다운 한라산! 세계인의 보물로!'가 제시됐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전략으로 ▷자연환경보전과 환경가치 창출 ▷역사·인문자원보전과 천년문화 창출 ▷미래지향적 탐방관리와 국제브랜드 가치제고 등이다.

이에 따른10대 핵심 과제로 ▷한라산의 국제 브랜드 가치제고 ▷한라에서 백두까지 남북 학술교류 사업 추진 ▷한라산 아카이브 구축 ▷한라산 기후변화 대응 ▷미래지향적 관리시스템 구축 ▷한라산 국립공원지정 50주년 기념사업 준비 등이 언급됐다.

무엇보다도 한라산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한라산국립공원과 해양 섬 등을 아우르는 가칭 '제주국립공원관리청'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수립했다. 업무는 제주도에 위임하고 관리·운영에 필요한 재원을 전액 국가에서 부담한다는 내용으로 향후 국가 차원의 전략적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상과 현실=불과 3년전만 해도 한라산을 비롯해 곶자왈과 오름,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 해양도립공원 등을 한데 묶는 제주 국립공원이 화두였다.

한라산국립공원과 중산간, 해양을 잇는 새로운 형태의 국립공원이 탄생하게 되면 자연환경의 보전과 이용은 물론 경제·관광·사회·문화 등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상당한 변화를 예상했다.

그러나 천년대계 용역을 수립한 이후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을 향한 제주자치도의 발걸음은 더디기만 했다. 오히려 제자리 걸음으로 국립공원 반세기를 맞이할 준비가 전혀 없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오는 2월부터 한라산의 적정 탐방을 유도하고, 자연자원 보호 및 탐방객들의 편의성과 안전을 고려해 실시하는 탐방예약제가 그나마 성과로 여겨지고 있는 형편이다.

따라서 국립공원 지정 50년을 계기로 한라산을 보다 체계적으로 보전관리하는 등의 전략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도정의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자연의 가치를 활용한 발전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제주 미래 100년, 1000년을 내다보는 안목이 필요하다"면서 "자연의 보전과 이용을 동시에 실현하는 방안, 자연의 가치를 키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청정과 공존의 핵심가치를 부르짖은 도정이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상윤기자

[전문가 제언] 김태윤 제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년과 제주의 미래"

제주 사람들은 한라산에서 태어나 한평생을 한라산 자락에서 살다가 다시 한라산으로 돌아간다. 한라산은 도민의 마음에 신앙처럼 자리잡고 있다. 제주도 전체가 한라산이라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시 자연을 품었던 한라산의 모습을 상상해 본다. 신선들이 백록을 타고 다니고, 신들이 하늘에 있다가 잠시 내려와 머무는 곳으로 선계라고 할 수 있는 신령한 땅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보다 신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회자되는 전설과 설화를 품은 곳이다. 고려시대 원나라에 의해 조성된 방목지는 대규모 산림파괴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일제 강점기에는 목재 반출을 목적으로 대규모 벌채가 이뤄졌다.

1966년 한라산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됐고, 1970년 3월 24일에 한라산국립공원으로 지정돼 관리하고 있다. 4대 국제보호지역으로 지정될 수 있었던 핵심이었으며, 청정과 공존의 가치를 얘기할 수 있는 근거이다.

최근에는 대규모 개발로 몸살을 앓으며, 청정제주가 위협받고 있다. 한라산국립공원 주변을 포함하는 중산간, 오름과 곶자왈을 보전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가 자명하다. 물론 법정보호지역으로 지정해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보전을 위한 보전으로는 그 가치를 지킬 수 없다. 자연환경을 체계적으로 보전하면서, 그 보전의 가치를 주민 소득과 일자리 창출 및 마을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보전의 가치를 도민들이 체감할 수 있어야 한다. 2020년은 한라산국립공원 지정 5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제주의 미래를 위해 우리세대에서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는다면, 주저없이 '제주국립공원' 지정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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