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명대 사대부의 삶에 벼슬살이의 어려움

[책세상] 명대 사대부의 삶에 벼슬살이의 어려움
판수즈의 '관료로 산다는 것'
  • 입력 : 2020. 03.27(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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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 17명의 비참한 생애
"뜻을 굽히면 후세에 멸시"

"활시위처럼 강직한 사람은 결국 비참한 최후를 맞아 시체가 길가에 버려지게 되지만, 갈고리처럼 구부러지며 권세에 아부하는 사람은 높은 자리에 올라 온갖 부귀를 누리며 산다." 동한(東漢) 시대에 유행했던 동요의 구절이다. 중국의 사대부들은 이 노랫말처럼 '정직하게 살면 당대에 핍박을 받고 뜻을 굽혀 아첨하면 후세에 멸시 당한다'는 선택의 기로에 섰다.

명나라 300여 년에 걸친 사대부들의 삶은 어땠을까. 상하이 푸단대학 교수를 지낸 판수즈(樊樹志)가 명대 문인들의 삶과 운명을 좇은 '관료로 산다는 것'에 그 답이 있다.

저자가 소개한 명대 문인은 17명에 이른다. 어려서부터 남다른 기상을 가지고 뛰어난 학문적 성취로 주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으며 성장한 인물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천하를 경영하고 국정을 잘 다스려보겠다'는 '천하사무'라는 원대한 이상을 품고 군주를 보필해 천하를 제패하거나 통치에 공을 세운다.

하지만 전통사회에서 군권은 절대적인 것이었다. 유무형의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던 군권의 행사는 관료제도의 강한 저항에 부닥칠 수 밖에 없었다. 성현의 말씀으로 무장하고 높은 이상과 절개를 가졌던 신하들은 정형화된 모습에서 벗어나려는 군권 행사에 대해 관직을 걸거나 때로는 목숨까지 내던지며 반발했다. 천하의 백성들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는 뜻을 품고 정치에 참여한 사대부들이지만 결국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살다가 비참하게 생애를 마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유기는 뛰어난 재주로 개국공신이 되었지만 의심이 많은 주군에게 버림 받는다. 이선장은 창업의 제일공신이었지만 모반죄로 사형에 처해졌다. 해진은 역린을 건드리고도 살아남았지만 완곡한 간언에 끝내 죽임을 당했다. 강해는 비범한 재능이 되레 화가 되어 우울한 말년을 보냈다. 전겸익은 문인이 정치로 진출했을 때 당하게 되는 비극을 보여준다. 그들의 일생은 즐거움과 환희의 순간보다 억압과 불편한 현실에 고민하는 날들이 더 많았다.

명말 청초 문인이었던 담천은 "관리로 산다는 것은 참으로 두려운 일"이라고 했다. 벼슬살이의 어려움은 오늘날도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여전히 새길 만한 말이다. 이화승 옮김. 더봄. 1만7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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