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31주년 기획] 도시숲이 경쟁력이다

[창간31주년 기획] 도시숲이 경쟁력이다
기후변화·삶의 질 차원 중요성 부각… 전략적 접근을
  • 입력 : 2020. 04.22(수)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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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먼지와 폭염, 도시 열섬현상 등 환경 위협으로부터 도시숲은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도심의 허파 같은 역할을 하면서 도시숲 존재 유무가 도시 미래와 경쟁력을 높이는 등 날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치유 공간이자 사회적 편익 효과
존재 자체가 건강·도시 미래 영향

단순 조성 벗어나 패러다임 전환을
한라산-오름-도심지 하천 연결
도심 녹지축 비전·전략 고민을


신종감염병인 코로나19 사태로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도시숲을 찾고 있다. 우울과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숲을 찾는 것이다. 폭염이나 도심열섬 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같은 불청객이 덮칠 때도 사람들은 숲을 찾는다. 도심속 허파인 숲은 치유의 공간이자 생존의 가치로 그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문명 앞에는 숲이 있고 문명 뒤에는 사막이 남는다.' 19세기 프랑스 작가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이 남긴 유명한 말이다. 이는 숲을 지키고 가꾸지 못하면 우리가 누리는 문명도 사라진다는 의미에 다름 아니다. 도시화와 산업화가 진행될수록 그에 비례해서 도시숲의 중요성도 커진다. 코로나19 같은 신종감염병의 출현도 그렇지만 폭염이나 미세먼지 등 기후변화와 환경의 위협으로부터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할 수 있는 방안의 하나가 도시숲이다.

삶의 질과 일상 속 행복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차 확산하면서 생활권에 도시숲 존재 유무가 주택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경향이 늘고 있다. 2016년 주택산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주택 선택시 숲·공원 등이 중요 요인이 되고, 자연과 여가를 함께 즐기는 세컨하우스의 인기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역세권'처럼 '숲세권'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것도 이를 반영한다. '숲세권'은 숲이나 산이 인접해 있어 자연 친화적이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는 주거지역을 말한다.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이나 슬로컬리제이션(slowcalization: 도심속 느린 삶)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편익 효과도 크다. 미국 뉴욕주립대 연구진 등은 2018년 국제학술지 '생태학적 모델량'에 인구 1000만 명이 넘는 세계 주요 거대도시 10곳에서 도시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 효과를 분석한 논문을 게재했다. 조사 대상은 영국 런던, 미국 로스엔젤레스,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 이집트 카이로, 터키 이스탄불, 일본 도쿄 등이다. 그 결과 도시숲이 제공하는 사회적 편익은 연간 5억500만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가운데 95%가 미세먼지 등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관련된 사회적 편익이다. 도시숲 존재가치는 높아지고 있다. 숲을 살리면 인간이 산다. 도시숲이 곧 도시의 미래다.

제주도는 한라산을 중심으로 해서 368개 오름 등이 중산간과 저지대까지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지만 도시숲 조성과 그에 대한 관심은 아직은 미흡하다. 제주도의 1인당 생활권 도시림 면적은 2017년 기준 15.72㎡로 전국 광역지자체 가운데 6번째로 나타났다. WHO 권장기준(9㎡)이나 전국 평균(10.07㎡)에 비해 높은 수치다. 그런데 동 지역만이 아닌 읍면지역을 포함할 경우는 이보다 더욱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상생활과 밀접한 생활권 도시숲은 아직은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산림청은 2020년도 '도시숲경관 사업계획'을 통해 생활권 내 도시숲 조성 및 질적 관리 강화와 미세먼지 저감 등 생활환경 개선을 위한 도시숲 확대를 목표로 제시했다. 도시 내·외곽 도시숲 기능을 강화하고 분산된 도시숲을 연결하는 등 '그린인프라 구축'을 통한 도시숲 조성방식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또한 미세먼지 저감, 폭염 완화 기능을 강화하고, 경관개선과 공간 활용성을 고려한 디자인 및 수종선택 등 도시숲 품질향상 등을 기본방향으로 내세웠다. 생활권내 다양한 유형의 도시숲 조성을 위해 녹색쌈지숲, 생활환경숲, 산림공원과 함께 도시바람길 숲도 지속적으로 조성해 나갈 계획이다.

도시바람길 숲 조성에는 도시당 200억 원(국비 100억 원)이 지원된다. 지난해는 서울 부산 등 11개소에서 설계가 이뤄져 추진중이다. 올해는 제주시, 서귀포시를 비롯 광주, 울산, 세종시 등 6개소에 신규 설계된다. 제주시와 서귀포시는 현재 도시바람길 숲 조성을 위한 용역을 추진중이다.

전국 지자체는 도시숲 열풍이다. 서울시는 최근 생활밀착형 '도시숲'을 확충한다는 목표로 2022년까지 총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는 '2022-3000, 아낌없이 주는 나무심기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에앞서 서울시는 지난 5년간 '천 개의 숲, 천 개의 정원 프로젝트'를 통해 서울 전역에 총 2203개 숲과 정원을 조성했다.

춘천시는 최근 도시숲의 향후 100년을 위한 가이드라인 설계에 착수했다. '춘천시 도시숲 마스터 플랜 수립 연구 용역'을 통해 도시숲 미래상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일관된 방향으로 도시숲을 조성하고 관리하기 위한 차원이다. 다른 지자체들도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매년 다양한 도시숲 조성에 나서고 있다.

제주도 역시 2019년부터 '숲속의 제주 만들기' 일환으로 오는 2023년까지 5년간 853억 원을 투입 500만그루 나무심기를 추진하고 있다. 녹색쌈지숲, 학교숲(명상숲), 자투리 공한지내 수목식재, 도시바람길 숲 조성, 가로수 조성 및 관리, 경제수조림 등 공익조림, 내나무갖기 운동 등 다양한 도시숲 확충에 나서고 있다.

이에 앞서 제주도는 지난 1973년부터 전체 산림면적(8만8022㏊)의 48%에 이르는 42만6000㏊를 조림했다. 도시숲은 지난 2008년부터 2017년까지 121개소에 113.42㏊, 명상숲은 지난 2010년부터 시작돼 2017년까지 24개교에 조성됐다. 이는 어느 정도 도시숲 확충 효과를 가져왔다.

그렇지만 산발적으로 조성된데다, 기능성과 목적성이 불분명 연계성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생활권내 도시숲 등의 부족에다 소외 지역이 발생하면서 효율적인 녹지네트워크 구축과는 거리가 멀다.

이제는 양적 확충과 함께 지역 특색에 맞는 녹지조성 및 시민과 함께하는 건강한 녹지순환체계를 구축해 가야 하는 시점이다. 도시숲 조성 관리에 있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모색하고 실천 전략 수립이 필요한 단계다.

나무 한그루를 심고 자투리나 공한지를 이용해서 도시숲을 조성하더라도 지역적 특성과 기후변화 등에 탁월한 수종을 고려한 전략적 관점의 접근이 중요하다. 폭염과 미세먼지, 도심열섬 현상 등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정책적 역량을 모아나가야 한다. 중장기적으로 한라산과 오름, 도심지 하천을 연결한 도심녹지축 확충 등 담대한 비전과 전략을 고민해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윤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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