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김희애라는 세계

[영화觀] 김희애라는 세계
  • 입력 : 2020. 05.22(금) 00:00
  • 박소정 기자 cosoro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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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윤희에게'.

40여년 연기… 대체불가 배우
영화 ‘윤희에게’ ‘허스토리’로
다른 매력 선보여… 늘 도전


무려 30%에 육박하는 종합편성채널 드라마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시청자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무수한 화제를 만들어낸 드라마 '부부의 세계'가 16부작의 이야기를 끝냈다. 완벽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처럼 보이던 어느 부부에게 생긴 균열이 만들어 낸 감정의 크레바스를 '마라맛'이라고 불릴 정도로 자극적인 연출과 적역을 맡은 배우들의 화려한 연기로 채워낸 드라마 '부부의 세계'. 무엇보다 '부부의 세계'는 김희애라는 배우의 진가를 만천하에 호령한 작품이라고 하는 것이 이 드라마의 인기에 대한 가장 적합한 평가일 것이다.

진명현 대표

1980년대에 데뷔, 40년에 가까운 연기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배우 김희애는 다수의 드라마와 영화를 통해 누구도 닮지 않은 자신의 매력과 연기력을 선보여온 대체불가의 배우다. '놓치지 않을거에요'라는 광고 속 그녀의 대사는 그녀의 연기 세계와 꼭 어울리는 과정과 결과를 보여준다. 그녀는 늘 도전했고 힘겹고 근사하게 성취해냈다. 단순히 우아하고 지적인 배우라는 가벼운 인상 비평에 그치기에 그녀는 훨씬 용감한 배우다.

'부부의 세계' 이전 그녀가 선택한 두 편의 영화를 보면 배우 김희애의 여전한 활력과 한결 자유로워진 자신감을 짐작할 수 있다. 임대형 감독의 독립 영화 '윤희에게'에서 타이틀롤인 윤희를 맡은 그녀는 딸을 데리고 혼자 사는 이혼 여성이자 동성애자 캐릭터를 연기했다. 어느 날 윤희에게 몇 십년 전 사랑했던 동성 연인의 편지가 일본으로부터 도착하고 윤희는 아직 멈추지 않은 시절을 다시 만나러 딸과 함께 떠난다는 내용의 '윤희에게'는 '러브레터'의 도시 오타루를 배경으로 세월이 만들어낸 결들을 찬찬히 살피는 영화다. 먹고 사는 일이 버거운 중년 여성이자 이제 곧 성인이 되는 딸을 키우는 엄마 그리고 다시금 떠오른 첫사랑에 숨길 수 없는 홍조를 드러내는 연인의 얼굴까지 김희애는 거의 변하지 않는 스타일링 속에서 미묘한 표정과 눈빛의 깊이로 이 여성의 짧고도 긴 여정을 뭉클하게 이끌고 간다. '윤희에게' 이전에 선보인 '허스토리'에서의 김희애는 또 다르다. 부산 사투리를 구성지게 구사하는 문정숙 사장 역을 연기한 배우 김희애는 위안부 할머니들과 6년 동안, 23번의 재판을 함께 치룬 역사적 인물을 힘 있게 만들어 낸다. 가진 건 돈 뿐이라고 호기롭게 얘기하던 문정숙이라는 인물의 생동감은 이 인물에 깊이 감화한 배우의 노력과 열정 덕이었음을 이 작품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호통과 고함으로 스스로의 속내를 뜨겁게 발산하던 김희애의 선동은 작품 속에서 드물었고 그 도전을 그녀는 또 한 번 해냈다.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 배우 김희애는 각자 다른 대표작을 가지고 있는 배우다. 연하남과의 뜨거운 로맨스로 화제를 모은 '밀회', 김수현이 만들어낸 가장 격렬한 캐릭터를 연기했던 '내 남자의 여자', 어린 여성배우들과 사려 깊은 앙상블을 만들어냈던 '우아한 거짓말' 등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배우 김희애는 언제나 근사하고, 단단해진다. 김희애가 배우로서 쌓아 올리고 있는 견고한 성의 튼튼한 외부가 이제는 거의 다 완성된 기분이다. 앞으로 몇 십년 후까지 그녀의 섬세한 손길로 그 성의 내부 또한 아름답게 채워지기를 기대한다. 얼마든지 기꺼운 마음으로, 개척자이자 지휘자인 그녀의 다음을 기다릴 것이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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