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생사 갈리는 재난 현장 빠른 판단과 공감

[책세상] 생사 갈리는 재난 현장 빠른 판단과 공감
코헨-해턴 박사의 ‘소방관의 선택’
  • 입력 : 2020. 06.0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 글자크기
  • 글자크기
"알렉스, 톰, 장비를 꺼내. 샌디, 외상 처치용 키트를 맡고, 부상자들을 파악해. 부상자수와 위치, 부상 정도를 파악해서 보고하도록. 그럼스는 간이호스를 내리고, 자동차 배터리를 분리해. 그리고 두 번째 구급차 도착 예정 시간을 확인해줘. 자, 모두 무전기 켜서 1번 채널로 맞추고. 빨리빨리!" 그는 도로 위 차들이 뒤엉킨 채 널브러져 있는 사고 현장에서 팀원들에게 임무를 나눠줬다. 찢는 듯한 비명이 들려오는 생사의 갈림길에서 그가 해야 할 일은 빠른 판단을 하는 거였다.

절망적인 광경을 익숙하게 봐야 하는 그의 직업은 소방관. 18세에 입문해 현재 영국 웨스트서식스 소방구조대 소방대장에 오른 심리학 박사 사브리나 코헨-해턴의 '소방관의 선택'은 가장 긴박한 순간의 의사 결정법과 생생한 경험담을 담고 있다.

저자는 "사람들의 터전을 통째로 파괴하고 그들의 운명을 바꾸는 재난의 현장이 우리의 일상"이라고 했다. 그래서 매일매일 그날이 최고의 능력을 발휘한 날이기를 바란다.

코헨-해턴 박사는 너무나 많은 소방관들이 매년 목숨을 잃고 그것이 순간적인 판단 착오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라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심리학을 공부하면서 사람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했다.

그는 특히 소방 지휘관의 헬멧에 카메라를 부착해 그들이 현장에서 어떤 방법으로 의사를 결정하는지 살폈다. 그랬더니 지휘관들은 직관적 의사 결정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는 그동안 분석적 의사 결정을 한다고 여겨 그에 따른 훈련과 사후 평가를 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직관적 의사 결정에 맞는 훈련법과 현장 매뉴얼을 고민하도록 이끈 계기가 되었다.

끝으로 저자는 10여 년 동안 연구를 하고 20년 가까이 화재와 싸우면서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으로 공감을 꼽았다. 자기가 상상했던 한계를 깨고 좀 더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바로 공감이라고 했다. 김희정 옮김. 북하우스. 1만6500원.
  • 글자크기
  • 글자크기
  • 홈
  • 메일
  • 스크랩
  • 프린트
  • 리스트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밴드
기사에 대한 독자 의견 (0 개)
이         름 이   메   일
3416 왼쪽숫자 입력(스팸체크) 비밀번호 삭제시 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