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형의 한라칼럼] ‘탐라문화권 정비’ 또 다시 흘려보낼라

[이윤형의 한라칼럼] ‘탐라문화권 정비’ 또 다시 흘려보낼라
  • 입력 : 2020. 06.09(화) 00:00
  • 이윤형 기자 yhlee@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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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는 크게 주목하지 못했지만 지난달 20일 20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의미있는 법안 하나가 통과됐다. 이날 '역사문화권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다. 특별법은 고대문화권별 문화유산의 가치 정립과 연구조사, 발굴·정비, 이를 기초로 지역발전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여기에는 고대왕국 탐라도 포함됐다. 탐라를 비롯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등 6개 문화권이 대상이다.

당초 특별법 원안에는 탐라역사문화권이 포함되지 않았다. 위성곤 의원(더불어민주당·서귀포시)이 지난 해 '탐라역사문화 보존 및 진흥에 관한 특별법'을 발의했지만, 조율을 거쳐 민홍철 의원이 발의한 '역사문화권 정비 등에 관한 특별법'에 포함하면서 성사됐다.

어쨌든 제주도로서는 환영할 만 한 일이다. 탐라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마한 등 고대사를 주름잡았던 국가와 동등한 문화권으로 조명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체된 탐라사 연구와 복원·정비·활용의 기회로 삼아 나가야 한다. 그렇지만 제대로 추진될지는 의문이다.

'탐라문화권' 정비에 대한 논의는 10여 년 전부터 있어왔다. 제주도는 2008년 '탐라문화권발전기본계획'(제주역사문화진흥원)을 수립한 바 있다. 하지만 탐라문화권 정비사업은 페이퍼상의 계획에만 그쳤다. 계획수립 자체가 문화권 사업 일몰을 앞두고 뒤늦게 추진되는 바람에 타이밍을 놓쳤다. 후회를 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정부의 문화권 정비와 관련 다른 지자체는 진작부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경상남도는 '가야역사문화도시 조성 기본계획 수립 및 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에 나서고 있다. 투입되는 예산만 6대 전략, 20개 과제에 약 1조2270억원에 이른다. 다른 문화권 지역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반면 제주도는 아직까지 별다른 관심이나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특별법 제정이 반가우면서도 제주도의 일 추진의지에 걱정이 앞서는 이유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원희룡 도정의 문화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민선7기 원희룡 도정은 제주 역사문화 정체성 창달사업으로 '탐라문화권의 지속적 조사연구 환경 조성' 등을 내세웠다. 민선6기 '제주의 정체성 확립과 탐라문화 계승발전'의 연장선이다. 그럼에도 민선6기, 7기에 내세웠던 공약이 제대로 추진되는지는 회의적이다. 그럴듯하게 포장한 구호만 있지 정책비전과 실천의지는 미흡하다.

대략 1만년 섬의 역사에서 탐라의 뿌리는 깊다. 기원 전후한 시기부터 한반도와 중국, 일본 등과 교류를 통해 독자적인 문화를 유지 발전시켰다. 비록 고려 후기(고종 10년, 1223) '탐라'가 '제주'로 명칭이 바뀌고, 조선 초기(태종 2년, 1402) 성주·왕자 직위가 박탈됐지만 이후로도 탐라의 명맥은 이어졌다. 관련 유적도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그럼에도 조사연구는 물론 복원·정비·활용은 등한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고 제주 역사문화 정체성과 가치를 이야기하는 것은 알맹이가 빠진 것이다. 이번에는 제대로 된 준비가 필요하다. 체계적인 마스터플랜을 세우고 적극적 실천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이윤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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