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떡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5000명의 굶주린 배를 채웠다는 성경 속 오병이어의 기적.
기적은 성경 혹은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줄 알았더니 놀랍게도 지금, 동시대에 우리나라에서도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 두부 100g으로 123명이 나눠 먹고, 고구마 1개는 20인분의 간식이 되는 '기적의 어린이집'이 잊을 만하면 등장한다.
해마다 어린이집 급식 문제가 불거진다. 닭 없는 삼계탕, 짜장 없는 짜장밥… 말조차 사뭇 낯선 음식들이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부실급식'이란 말은 하도 자주 접해 이미 고유명사화된 듯 하다.
"A 어린이집의 부실 급식을 고발한다"는 기자회견이나 고발을 들어보면 기가 찬다. 두어 수저 의 쌀밥, 밥에 물만 말아 제공된 음식이 아이들의 식사다. 처음 어린이집을 보낼 때 내 아이를 안전하게 보살펴줄 거라 믿었을 부모의 마음을 헤아리면 더 뚜껑이 열린다.
음식을 제공한 이, 점검을 시행한 이들은 "논란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 약속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햄버거병, 장출혈성대장균감염증 등 이름도 생소한 병이 발병한다.
이런 일이 발생해도 어린이집 내부에선 고발이 나오기 어렵다. 1차 피해자들이 1~5세에 불과한 아이들이기 때문이다. 내가 겪은 상황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파악하고, 이를 말로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번에 제주에서 발생한 부실급식 논란도 보육교사들의 제보였다.
이런 일은 왜 발생할까. 비단 해당 A 어린이집이 너무도 열악해서 벌어지는 특수한 일인 것일까. 아이들은 부모님으로부터 "먹는 걸로 장난치지 말라"고 귀에 박히도록 듣고 있을 것이다. 언제까지 '집에선 누군가의 부모'일 원장 개인의 양심에 아이들의 밥상을 맡겨야 할까.
<강다혜 행정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