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실크로드 통해 소통해온 한민족과 세계

[책세상] 실크로드 통해 소통해온 한민족과 세계
정수일의 '우리 안의 실크로드'
  • 입력 : 2020. 09.25(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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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라시아대륙 국한론 비판
‘한반도 연장론’ 고증 촘촘


백제 왕릉에서 동남아 특산인 유리구슬이 출토된 일이 있다. 신라인들은 자단, 침향, 공작새 꼬리, 비취색 털을 기호품으로 애용했다. 한국이 삼국시대부터 동남아시아는 물론 멀리 아랍세계를 비롯한 서역과 교류하고 있었음을 증거하는 사례 중 하나다. 고려 초기에는 아랍 상인들이 100명 넘게 집단적으로 상업 활동을 위해 뱃길로 개경에 오곤 했다. 이는 실크로드의 한 간선인 해로의 종착지가 중국 동남해안이 아니라 한반도까지 뻗었음을 입증해주는 게 아닐까.

문명교류학 연구자인 정수일 사단법인 한국문명교류연구소장이 이같은 내용으로 '우리에게 실크로드란 무엇인가'를 조명한 책을 묶었다. 지난 11년간 국내외에서 열린 실크로드 관련 국제학술대회에서 기조강연 형식으로 발표한 논문 가운데 22편을 골라 엮은 '우리 안의 실크로드'다.

인류문명의 교류통로에 대한 범칭인 실크로드. 우리와 우리 바깥을 넘나들며 우리 안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길이었다. 중국이나 일본, 유럽 등 대부분의 학계에서는 실크로드를 유라시아 구대륙에 한정하는 국한론을 펴왔다. 저자는 중국 중화중심주의적 시각의 오류와 더불어 한반도를 비롯한 주변문명들을 제외시키는 기존 학계의 편견을 비판하고 있다. 인간의 인지도의 심화에 따라 중국-인도로 단계에서 형성된 이래 단선적인 오아시스로 단계와 복선적인 3대 간선 단계를 거쳐 환지구로 단계로 부단히 확대되어온 실크로드 개념에 대한 이해 부족에 기인한 결과라는 것이다.

한반도에서 발견된 서역, 북방계 유물과 관련 기록은 일찍부터 한반도와 이들 지역 간에 문물이 교류되고 인적 내왕이 있었음을 실증한다. 1000여 개의 동음동의어와 일치하는 어순을 공유하고 있는 남인도 타밀족 언어와 한국어의 상관성, 로만글라스와 황금보검 등 신라와 로마 간에 활발히 이루어진 문화 교류, 신라를 '이상향' '황금의 나라'로 선망했던 중세 아랍의 문헌 기록 등은 한민족과 세계의 소통을 고증해준다.

그같은 교류를 가능하게 만든 건 중국을 관통한 실크로드의 동쪽 구간, 즉 한반도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저자는 오아시스로, 해로, 초원로 등 한반도까지 연장된 실크로드 3대 간선을 통해 한민족의 혈통적·역사문화적 뿌리가 내려졌다고 강조했다. 창비. 3만원.

진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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