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
조 바이든 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현지시간) 11·3일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불복 의사를 밝히며 반발해 당선인 확정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며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
바이든 후보는 핵심 경합주의 피 말리는 박빙 승부 끝에 대선 개표 5일째인 이날에야 대선 승리에 필요한 선거인단 과반(270명)을 확보하며 어렵사리 승자 타이틀을 얻었다.
특히 승리의 쐐기를 박은 펜실베이니아(20명)는 개표율 95%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추월하는 막판 대반전의 드라마를 썼다.
CNN방송에 따르면 바이든 후보가 확보한 선거인단은 273명이다. 바이든 후보는 개표가 진행중인 조지아(16명), 애리조나(11명), 네다바(4명)에서도 이기고 있다.
이곳을 모두 이기면 538명의 선거인단 중 최대 304명을 확보할 수 있다.
바이든 후보는 언론의 승리 확정 보도 직후 "우리의 위대한 나라를 이끌도록 미국이 나를 선택해줘 영광"이라며 "분노와 거친 수사를 뒤로 하고 국가로서 하나가 될 때"라고 단합과 통합을 간절히 호소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불복 의사를 굽히지 않을 경우 일부 경합주 재검표와 소송전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2000년 대선 때 플로리다 재검표 논란의 경우 대선일부터 연방대법원의 판결과 승복 선언으로 마무리될 때까지 36일이 걸렸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집요한 소송전에 나설 경우 시간이 더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에서 "이번 선거가 전혀 끝나지 않았다는 게 단순한 팩트"라며 바이든 후보가 서둘러 "거짓 승자 행세를 한다"며 불복 입장을 분명히 밝히고 소송전을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은 채 이번 선거가 조작됐다고 주장해 왔다.
바이든 후보가 이 관문을 통과하면 내년 1월 20일 미국의 제46대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취임 시 만 78세인 그는 역대 최고령 대통령이 된다.
부통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은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자 흑인·아시아계 부통령이 되는 새 역사를 쓰게 된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를 부정하고 미국의 전통적 가치와 국제사회 주도권 회복을 기치로 내걸어 미국 안팎에서 '트럼프 시대' 청산을 위한 대대적인 기조 전환이 예상된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톱다운'을 선호한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실무협상부터 단계를 밟아가는 상향식 방식을 취해 북미 관계와 비핵화 협상에도 변화가 생길 전망이다.
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한 것은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 등 한미 현안에서도 트럼프 대통령과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바이든 후보의 대권 도전은 1988년, 2008년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였다.
그는 1972년 델라웨어주 연방 상원의원 당선을 시작으로 내리 6선에 성공하고,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선 8년 간 부통령을 지내는 등 화려한 정치 경력을 갖고 있다.
민주당으로선 2016년 대선 때 힐러리 클린턴 후보가 여론조사에 앞서다가 대선 당일 무릎을 꿇은 역전패의 기억을 일단 지우게 됐다.
이번 대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경기침체, 인종차별 항의시위 등 대선을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악재의 연속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대통령', '법과 질서의 대통령' 이미지 구축을 시도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려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재선 선거에서 진 것은 1992년 조지 H. W. 부시 전 대통령에 이어 28년 만이다. 1789년 조지 워싱턴이 초대 대통령으로 취임한 뒤 231년간 백악관을 거친 대통령 45명 중 연임에 실패한 이는 지금까지 10명에 불과했다.
'정치권의 아웃사이더'였던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워싱턴 오물을 청소하겠다'는 구호와 '아메리카 퍼스트'를 기치로 내걸고 깜짝 승리했지만 좌충우돌식 행보와 분열적 언사로 각종 논란을 달고 살았다.
남은 절차는 다음 달 14일 선거인단 투표, 내년 1월 6일 연방 의회의 선거인단 개표 결과 승인, 그리고 같은 달 20일 연방의회 의사당 앞 취임식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 불복 고집을 꺾지 않는다면 미국 사회는 새 대통령 확정과 취임 때까지 혼란이 불가피해 보인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