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봄에 대한 인식의 변화는 더디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돌봄 체계로의 개편은 피할 수 없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오는 긴급 문자 알림은 코로나19의 일상화를 보여준다. 재난의 일상은 보육시설.학교 등교를 대면.비대면으로 바꿔 놨고 돌봄 어려움도 더욱 키웠다. 홀로 집에 있어야 하는 아동이나, 가정 내 돌봄 역할을 급증시켰다. 어쩌면 이전부터 있었던 돌봄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이런 코로나19 사태에서 돌봄공동체는 이웃이 가족이 되어 함께 아이를 키우며 아이와 부모 모두 행복한 수눌음 돌봄을 실천했다.
제주도는 2016년부터 고유의 조건없는 나눔인 수눌음 정서를 담아 지역사회의 돌봄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올해 돌봄공동체는 68팀이 선정되어 활동했다. 총 419참여가족 중 한부모·다문화·장애아 등 돌봄 취약가족은 74가족으로 작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만족도 조사 결과, 코로나19에도 공동체 활동은 도움이 됐다는 96.8%의 높은 응답률이 공동체 안에선 누구나 부모역할을 나누며 양육자의 피로해소, 자녀의 온라인 학습지도 등 돌봄의 필요를 채워갔음을 말해준다.
아이 하나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했듯이 돌봄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요구된다. 올해 보여준 수눌음 돌봄 사업은 앞으로 또 닥칠 수 있는 위기에 대응하며, 마을 안에서의 돌봄 공동체 기반의 중요성을 깨닫게 한다. 공동체의 장점인 상호의존성의 연대와 소통의 관계망으로 행복한 돌봄이 가능해진다. 제도적인 육아휴직, 가족돌봄휴가, 돌봄시설 확충 등의 근본 정책을 제쳐두고, 마을 안에서의 돌봄이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 지금은 아이들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돌봄 체계 개편을 위해 논의할 때이다. <손태주 제주여성가족연구원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