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에서 스테이(김혜순 외 지음, 김태성·요시카와 나기 옮김)=제주 허영선 시인의 '사리의 시간엔' 등 세계 18개국 56명 대표 시인의 코로나 프로젝트 시집이다. 코로나19라는 악몽이 갈수록 커지면서 서로의 꿈 이야기를 나누지 않고는 숨쉬기 어려운 시대에 시의 언어로 새로운 꿈꾸기를 시도했다. 혼자서는 너무 춥고 깜깜한 계절, 슬픔의 바다에 떨어뜨리는 기쁨의 물방울이 광기와 무지에 대한 항체가 되길. 넥서스. 1만3000원.
▶일인칭 단수(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돌베개에' 등 8편이 실렸다. 작가 특유의 미스터리한 세계관, 감성적인 필치, 일인칭 주인공 '나'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단편들이다. 인생엔 가끔 설명이 안되면서 마음만은 지독히 흐트러지는 사건이 일어난다는 대사가 등장하는 '크림'의 한 대목. "그런 때는 아무 생각 말고, 고민도 하지 말고, 그저 눈을 감고 지나가게 두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문학동네. 1만4500원.
▶우리는 모두 자살 사별자입니다(고선규 지음)=전국의 자살 유가족을 만나 애도상담을 진행하고 사별 당사자와 자조모임을 이끌어온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 자살 사별자에겐 '왜' '어쩌다가'라고 되묻지 말아달라고 했다.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그럴 만도 했다'는 말도 해선 안된다. 정 위로를 건네고 싶다면 그저 '힘든 시간을 보내셨겠군요'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했다. 창비. 1만2000원.
▶걸어서 들판을 가로지르다(박향 지음)=세계문학상 대상 작가가 쓴 첫 에세이. 2019년 8월 23일부터 9월 1일까지 열흘간 오랜 친구와 제주의 작은 집에서 보낸 날들을 담았다. 이른 아침 파도 소리에 이끌리듯 잠이 깨면 바닷가 마을로 산책을 나갔고 마당의 작은 정원에서 자란 식재료를 이용해 대부분 집에서 식사를 해결했다. 바쁘게 걷지 않아도 괜찮아서 더욱 좋았던 날들이었다. 산지니. 1만5000원.
▶후배 하나 잘 키웠을 뿐인데(실비아 앤 휴렛 지음, 서유라 옮김)=이젠 멘토링이 아닌 스폰서십이다. 약 10년간 연구 결과 조사 대상의 학력, 성별 인종 등이 모두 달랐지만 일관된 방향이 있었다. 관리자급으로 올라가면 얼마나 똑똑한지, 업무 성과가 얼마나 뛰어난지보다 '키우는 후배가 있느냐', '그들을 통해 어떤 부가 가치를 얻었는가'가 성공 가도에 영향을 미쳤다. 부키. 1만6000원.
▶아침 명상(노튼 출판사 편집부 엮음, 지소강 옮김)=미국 노튼 출판사에서 나온 정신건강 분야 책들 중 우리 내면의 힘을 일깨우는 글들을 가려 뽑았다. 마음챙김, 알아차림, 변화 등 꼭지마다 통찰력있는 인생 교훈, 고려해볼 만한 전략,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볼 수 있는 방법들을 제시했다. 한문화. 1만3000원. 진선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