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마을 가치 찾기] (10)삶의 향기가 흐르는 도남동

[제주마을 가치 찾기] (10)삶의 향기가 흐르는 도남동
택지개발로 밭·과수원은 아파트단지 등으로 바뀌어
  • 입력 : 2020. 12.09(수) 00:00
  • 조상윤 기자 sycho@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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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성 중심으로 길의 남쪽 의미해 ‘道南’
도남오거리는 자연의 맛 가득한 도심 명소

하천 복개되며 개천·샘물 흔적은 사라져
행정복지종합타운·재개발 등 도시화 가속


연말 대학로의 젊은 열기가 후끈하다. 현란하고 세련된 불빛을 밝히는 각양각색의 상점가를 지나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활기가 전달되는 듯하다. 대학로의 서쪽 끝으로 오니 불빛은 희미해진다. 짙은 어둠과 싸우듯 서 있는 가로등이 복개천 위의 주차된 차들을 비춘다.

독짓골이라 불리던 제석사의 물은 영험하기로 유명하다.

도남오거리로 들어서면 사뭇 다른 분위기다. 회식을 끝낸 직장인들 혹은 모임을 끝낸 중년들이 보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소박한 가게들은 화려함보다 실속으로 손님을 맞는다. 오랜 단골손님들과 허물없이 인사를 나누고 별도의 요구가 없어도 척척 입맛에 맞는 안주가 세팅돼 나온다. 이 오거리 안에는 모든 게 다 있다. 돼지고기와 갈비의 구수함과 말고기의 부드러움은 물론 요즘 같은 계절엔 펄떡이는 방어가 여름철이면 싱싱한 한치오징어가 상위에 올라온다. 도심 한복판에서 자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그래서 직장인들은 여기만 오면 넥타이가 느슨해진다. 밝은 네온사인 대신 흐릿한 가로등이 긴장을 풀리게 한 탓일 것이다. 도남 오거리는 이처럼 그저 편하게 얽히고설키는 공간이다.

'낡은 계단'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는 듯 하다.

도남동은 시내 중심부에 위치한다. 동쪽으로 이도2동과 아라1동을 경계로 하고 서쪽으로 오라2동과 이웃하며 남쪽은 오등동, 북쪽은 삼도1동과 접해있다. 1906년 중면 도로리(道路里)로 호칭하다가 도남리 도남동으로 개칭했다. 제주성을 중심으로 길의 남쪽이라는 의미로 도남(道南)이라고 했다 한다.

현재 도남동은 이도2동에 속하는 법정동이다. 1914년 행정구역 개편에 따라 제주면에 편입됐다가 1955년 제주시에 편입돼 이도동이 되고 1979년 이도2동에 편입돼 있다. 한 때 이곳은 도심 속 농지가 많아 딸기와 마늘 등이 수확되던 곳인데 지금은 택지개발로 시민행정복지종합타운이 들어서 있다. 제주세무서, 병무청, 보훈청, 국민연금공단 제주지사 등이 이곳에 자리한다. 지방행정의 중심지인 셈이다.

직장인들의 시름을 달래주는 도남오거리 식당가의 모습.

도남동의 동쪽으로는 독사천이 흐르고 서쪽으로는 병문천이 흐른다. 그래서 이 하천과 연계된 크고 작은 개천들과 샘물이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복개되고 메워져 그 흔적을 볼 수 없다. 도남동에 자리한 제석사는 물이 영험하기로 소문난 곳이다. 1992년 하천 복개가 되기 이전에는 절간 앞으로 개울이 흘렀다. 하지만 지금은 복개 도로가 돼 버렸다. 다행히 제석사 뒤 쪽의 암반에서 석간수가 나와 과거 영광의 맥을 잇고 있다.

보덕사는 아파트 숲 사이에 위치한 사찰이다. 1943년 남순사라는 이름으로 창건 이후 현재에 이른다. 1980년대에만 하더라도 이 주변으로 건천이 있고 건천 옆으로 구남천이라는 샘물이 솟았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옛 모습을 볼 수 없다.

재개발을 앞둔 이도 주공아파트.

도남동은 주거 밀집지역이기도 하다.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지금도 끊임없이 지어지고 있다. 지금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곳에는 과거 신성여자중학교와 고등학교가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의 주변에는 단독주택들이 있었고 늦은 저녁이면 오고가는 길의 어스름이 무서워 삼삼오오 모여 버스 정류장으로 향하곤 했다. 비가 오는 날이면 배고픈 다리는 으레 물이 넘쳐 여학생들을 곤경에 빠뜨린다. 지금은 이런 흔적을 골목골목의 낡은 주택에서나마 찾아보게 된다.

택지개발은 무서운 속도로 도시를 변화시켰다. 과거 밭과 과수원이 있던 자리는 흔적 없이 사라진 채 관공서와 아파트 그리고 주택들이 들어섰다. 반듯하게 정리된 골목 구획이 과거를 지운다. 한때 유채꽃 밭이었던 곳은 현재 도시 공원으로 조성중이다. 아파트의 과밀 인구가 쏟아져 나와 숨 쉴 곳이 필요하다. 아파트에 아파트를 더하는 대신 초록이 숨 쉴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니 다행이다. 여기에 더해 문화가 요구된다. 골목의 작은 카페 등의 공간에서 작은 꿈들이 꿈틀댄다. 전문가의 작품은 물론 취미생들의 미술작품까지 시민들과 만나 인사한다. 전문 갤러리의 육중함 대신 카페라는 공간이 만들어낸 여유다.

카페에 예술이 접목돼 도남동의 향기를 더한다.

이도 주공아파트가 재개발을 앞두고 있다. 과거 도남연립주공아파트가 제주지역 재건축 1호로 허물어지고 새로운 아파트가 들어선 예가 있다. 과거 도남연립주공 앞의 아름드리나무가 좋았던 기억이 있다. 이젠 그저 추억으로만 남는다. 그 옛날 이도 주공아파트에 첫 입주를 했던 이들의 부푼 꿈들은 어느만큼 이루어졌을까? 그러나 이젠 재개발에 희망을 건 이들이 더 많을 것이다. 그러기에 진통도 많다. 그 와중에 얼마 남지 않은 아파트의 수명을 목도하며 그 끝자락의 의미를 붙잡는 이도 있다. 이도 주공아파트 내에 미술관을 내보겠다고 덤비는 예술가에게 저물어가는 아파트는 도리어 희망일 것이다.

도남동은 어쩜 도시화의 시초와도 같은 곳이다. 도시의 편리함도 있지만 이로 인한 불편함도 먼저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의 시행착오가 이후 택지개발과 재개발의 롤 모델이 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 도남의 마지막 개발사업들이 과오보다는 좋은 예가 돼주어야 한다. 과거의 흔적을 지우는 데만 몰두하지 말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할 수 있는 여유가 필요하다. 시민들의 삶의 질은 콘크리트에서 나오는 것이 아닌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질 때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이다. <끝>



[인 터 뷰]
“안전한 거리 등 주민편의 위해 노력”
강성민(제주특별자치도의회 의원)


도남동은 제주시의 핵심과 같은 곳이다. 동서남북을 잇는 교통의 중심지이고 세무서, 병무청 등의 관공서가 이 곳 행정타운에 자리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와 공동주택이 많다. 제주시의 중심적 생활공간인 셈이다.

따라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하다. 과거 마을을 조성할 당시만 해도 지금과 같은 주차 공간 부족 등의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자동차가 늘어나고 공동주택이 많아지며 주차문제는 가장 큰 고민거리가 됐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 중이다. 공영주차장을 조성하고 소규모 주차시설을 정비해 부족한 주차면을 확보하고 있다.

또한 시민복지타운을 시민들의 문화공간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한때 행복주택 건설 등의 논의가 있었으나 이를 백지화하고 시민들의 품으로 돌려주기 위한 공원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도남오거리는 도남동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이 거리의 상권을 활성화하고 시민들과 친근한 거리로 만들기 위해 정비작업을 진행했다. 벤치를 만들고 도로환경을 깨끗이 다듬어서 걷기 좋고 보기 좋은 도심공간이 되도록 했다. 이후 이 곳을 중심으로 시민문화 한마당 등의 행사를 개최해 도남동민들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다.

그 외에도 작은 도시 공원을 정비해 일상에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만들고, 어르신들의 쉼터를 확충하고자 한다. 아울러 도시에서의 어린이 안전은 중요한 문제이다. 도남초등학교 주변의 통학로를 정비하고 동네 가로등과 CCTV 확충으로 안전한 거리환경을 조성하는 일 등 도시민들의 편의를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다.

<글·사진=조미영(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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