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의 편집국 25시] 미워도 다시 한번

[김도영의 편집국 25시] 미워도 다시 한번
  • 입력 : 2020. 12.17(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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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말 서울에서 결혼한 친구 A가 있다. A는 5월에 예정됐던 결혼을 두 번이나 연기했다. 나는 꼭 참석해서 축하하고 싶었지만, 마음을 담아 입금으로 대신했다. A는 해외로 나가기 어려워 제주도로 준비했던 신혼여행도 취소했다. 일생의 큰 행사를 왜 두 번이나 미뤄야 하고 신혼여행도 가지 못하나.

며칠 전 또 다른 친구 B로부터 연락이 왔다. 휴가를 받아 연말을 제주에서 보내고 싶은데 제주의 분위기는 어떤지 물었다. 혹시 모를 피해를 주고 싶지 않다고 했다. 긴 대화 끝에 B는 더 나은 상황일 때, 더 좋은 계절에 오기로 했다. 과연 무엇이 신성한 직장인의 휴가까지 가로막는가.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이다. 지난 13일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돌파했고 모두가 우려했던 전국 대유행이 현실이 됐다. 제주에서도 지역사회 감염이 확인돼 더 이상 '청정제주'는 없다.

지난 15일 원희룡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제주형 거리두기 2단계 격상과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 차단을 위해 입도객에 대한 진단검사 의무화 방안을 정부와 협의해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온라인상에는 '코로나 검사받아야 제주도 갈 수 있다'는 식의 기사가 쏟아지며 댓글로 설전이 오갔다.

상식적인 여행객들은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조심히 다녀간다. 최근 제주 확진자가 입도객과 관련이 많더라도 과연 이 방법뿐일까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관련 업계의 타격은 고려됐으며, 실제 적용 방안과 타지역과의 형평성 등은 충분히 고민했을까. 당장의 불만 끄겠다는 것 아닐까. "이게 최선입니까? 확실해요?"라는 드라마 대사가 떠오른다.

섬의 아집으로 비칠까 걱정이다. 언젠가 코로나가 끝나 해외 길이 열렸을 때도 제주도는 매력적인 관광지일까. <김도영 편집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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