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ED 지상전] (5)안진희의 ‘점점등화’

[갤러리ED 지상전] (5)안진희의 ‘점점등화’
어두운 밤바다를 밝히는 불빛처럼
  • 입력 : 2021. 01.05(화)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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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그는 우릴 '제주 바당'으로 초대했다. '점점등화(点点燈火)'란 제목 아래 펼친 개인전이었다. '점점등화'는 한밤 바다로 향한 고기잡이배들의 불빛이 물 위에 비치며 반짝이는 모습을 묘사한 말이다.

"제주 바당을 그릴 때 나는 그림의 일부가 된다"고 했던 제주 안진희 작가의 '점점등화' 연작이 한라일보 1층 갤러리 이디에 놓였다. 2016년 그가 개인전을 치르던 전후에 그려진 작품들로 이번 중견 작가 초대전에는 미발표작 4점을 풀어놨다.

"자연을 사생한다는 것은 단순한 색채나 형태의 시각적 성질을 본뜨는 것이 아니라 묘사하고자 하는 대상의 본질적 의미나 아름다움에 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안 작가는 지난 개인전 도록에서 이같은 문장을 써놓았다. 같은 장소에서 제주 바다를 보더라도 화가의 마음에 새겨지는 빛깔은 저마다 다르다.

코로나 시국에 다시 들여다본 안 작가의 '점점등화'는 고통의 나날을 비추는 한줄기 불빛으로 다가온다. 어둠이 땅에 내려앉을 무렵, 집집마다 등이 켜진다. 해가 뜨기 전 우릴 지켜줄 빛이다. 제주 바다에서도 뭍처럼 채비를 한다. 뱃길을 안내할 등댓불이 밝혀지면 비로소 밤바다의 시간이 시작된다.

'점점등화'는 홀로 고립되어 존재하기 어려운 삶을 은유한다. 혹독한 대가를 치르며 팬데믹 상황에서 배우고 있듯이 서로가 서로의 빛이 되어주지 않으면 이 긴 터널을 빠져나갈 수 없다.

안 작가는 투명한 수채 물감에 불투명의 먹물, 아크릴 등 혼합재료를 이용해 등화의 순간을 형상화했다. 사라봉 등대가 등장하는 '점점등화'의 경우엔 재료만이 아니라 여백의 미를 표현하는 등 동양화의 요소를 살렸다. 바다에만 '점점등화'가 있는 건 아니다. 흑룡만리 검은 돌담이 있는 제주 들녘에서도 해가 진 후 '점점등화'의 장면이 나타난다.

제주대에 출강하는 안 작가는 지금까지 열두 차례 개인전을 열었다. 제주도미술대전 판화 부문 대상을 두 번 받았다. 제주대 미술교육과, 성신여자대학원 판화과를 졸업했고 지난해 2월 '변시지의 회화세계 연구' 논문으로 명지대학원 미술사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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