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판결로 피고인들은 저승에서라도 오른쪽 왼쪽 따지지 않고 마음 편하게 둘러 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길 바란다." 제주4·3 당시 억울한 옥살이 후 생사를 모르는 행불인에 대한 첫 무죄 판결 재판부의 이례적 판결문 일부 내용이다.
제주지방법원 제2형사부는 지난 21일 4·3 당시 국방경비법 위반과 내란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군사재판을 받고 실형을 산 행불인 10명에 대한 재심 첫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을 입증할 증거없음을 무죄이유로 밝힌 후 “국가로서 완전한 정체성을 갖지 못한 시기 극심한 이념 대립속에 피고인들은 목숨마저 희생됐고, 가족들은 연좌제의 굴레속에 살아왔다”는 판결문 속에 저승에서라도 좌·우 대립없이 편하게 앉아 정을 나누는 날이 되기를 바라는 내용도 담아 유족들을 위로했다.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가 옥고를 치르고 목숨도 잃어야 했던 수형 행불인과 그 유족들 70년 한이 일부 풀리고,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는 순간이었다.
이번 판결은 당연한 ‘결과’였지만 너무 오랜 고통의 시간 끝에 나왔다. 피해자와 유족 명예회복은 물론 4·3의 완전한 해결에도 큰 ‘족적’이다. 지난해 생존 수형인 8명이 무죄 선고를 받은데 이어 새해 초 수형 행불인 10명에 대한 무죄 판결로 이어진 것이다. 이번 판결로 현재 재심절차중인 4·3 행불인 피해자 330여명에 대한 판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4·3 당시 군·경 토벌로 붙잡혀 불법적인 군사재판으로 전국 형무소에 수감돼 병들어 사망하거나 한국전쟁 직후 집단학살 행불인 등 수형인이 2530명에 이른다. 대부분 고령인 유족들이 생전에 한을 풀고, 명예를 되찾아 드릴 수 있는 ‘유사 판결’들이 이어져 4·3의 완전한 해결에 더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