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문제가 정치권까지 비화되는 형국이다. 찬반 주민과 단체를 넘어 제주도의회에 이어 중앙정치권에서의 갈등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지난 10일 제2공항 전체 도민 여론조사에서 반대(한국갤럽 찬성 44.1%·반대 47.0%, 엠브레인퍼블릭 찬성 43.8%·반대 51.1%) 의견이 우세했음에도 제주도가 정상 추진한다는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원 지사는 "가장 큰 특징은 공항 인근 지역은 압도적으로 찬성한 반면, 공항에서 먼 지역은 반대가 우세해 접근성 등에 대한 염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그 이유를 들었다. 공항 예정지인 성산읍 주민 대상 여론조사 결과는 찬성(한국갤럽 64.9%·반대 31.4%, 엠브레인퍼블릭 찬성 65.6%·반대 33.3%)이 우세했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에 도의회 제2공항갈등해소특별위원회에서 활동한 박원철·홍명환 의원은 이날 의회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감정과 도민 갈등을 부추기고, 성산주민의 찬성비율이 높아 제2공항 주민 수용성이 확보됐다는 원 지사의 주장은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한 것"이라며 원 지사의 사퇴를 촉구했다.
좌남수 의장도 다음날인 지난 11일 고영권 제주도 정무부지사를 의회로 불러 제주도와 의회간 합의를 파기한 부분 등에 대해 따졌다.
원 지사의 제2공항에 대한 공식입장 발표로 도와 의회 간의 관계는 급속하게 얼어붙었다.
여기에 원 지사가 최근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심상정 정의당 전 대표에게 일부의 이야기만으로 도민을 선동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제2공항 문제에 대해 1대1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심 전 대표가 15일 제주도청 앞에서 제2공항 백지화 기자회견을 열 예정으로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원 지사는 "도민 여론조사는 참고용일 뿐 제2공항을 정상 추진해야 한다"라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했다.
이 같은 발언은 도의 수장으로서의 결정보다는 정치적 발언에 비중을 뒀다. 국토부로 공을 넘겼고, 정부의 결정은 가덕도 신공항 문제를 풀고 나서야 나올 수 있다고 판단해 시간적 여유를 얻겠다는 셈법인 듯하다. 하지만 제주사회의 갈등구조는 현재진행형이다. 여론조사 결과 발표 이후, 제2공항 찬성·반대 단체와 각 정당 별로 입장이 엇갈려 정상 추진과 백지화 요구가 맞서고 있다. 이러한 갈등구조는 앞으로 1년여를 남긴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7일부터 24일까지 제393회 도의회 임시회가 열린다. 코로나19에 따른 지역경제 회복, 예산집행 등 여러가지 지역현안들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인 가운데 도와 의회 간의 냉기류로 정상적 의회 진행이 우려된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도민들의 정서적 불안은 커져가고, 지역경제는 침체된 지 오래고, 제2공항 문제로 갈등은 심화되는 등 제주사회가 혼란스럽다. 2006년 특별자치도 출범 이후, 해군기지 문제부터 제2공항 문제까지 겹겹이 쌓인 도민사회의 갈등구조가 좀처럼 풀리지 않으며 도민의 삶은 실로 불행의 연속이다.
그 얽히고설킨 실타래를 누가 풀 것인가. 묻고 싶다. '과연, 제주도와 의회는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백금탁 제2사회부장 겸 서귀포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