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사건사무규칙에 검찰과 갈등을 빚어온 '조건부 이첩'(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이 명시된 데 공식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자 공수처도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대검은 4일 기자단에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공소권 유보부 이첩' 등을 담은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은 법적 근거 없이 새로운 형사절차를 창설하는 것으로 적법절차 원칙에 위배될 우려가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형사사법 체계와도 상충할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사건사무규칙에 판·검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공무원 비위 사건을 검찰이나 경찰에 이첩한 뒤 해당 기관이 수사를 완료하면 사건을 다시 넘겨받아 공수처가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조건부 이첩과 근거를 명시했다.
대검은 또 사법 경찰관이 검사 등 고위공직자범죄를 수사할 경우 체포·구속·압수수색 등 강제 수사를 위한 영장을 검찰이 아닌 공수처에 신청하도록 규정한 것에 대해서도 "형사소송법과 정면으로 상충할 뿐만 아니라, 사건 관계인들의 방어권에도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공수처에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권은 없는 대통령·국회의원 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수처가 수사 후 기소 또는 불기소 결정을 해 서울중앙지검에 사건 기록을 송부하도록 한 규정에 대해서도 "법률상 근거가 없다"며 "고소인 등 사건관계인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향후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유기적으로 협력하고 각자 법률에 따라 주어진 권한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국가의 반부패 대응 역량 유지·강화에 함께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공수처는 이날 곧바로 공개 입장문을 통해 대검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먼저 '법적 근거가 없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사건사무규칙은 공수처법 제45조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대통령령에 준하는 효력이 있다"고 지적했다. 공수처법 45조는 수사처 조직 및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수사처 규칙으로 정하도록 했다.
또 "대검의 주장은 검사 비위에 대해 검찰에 영장을 신청하라는 뜻으로 검사 비위 견제라는 공수처법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재판소도 지난 1월 28일 공수처 검사의 영장청구권을 명백하게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불기소 결정과 관련해서도 "공수처법 27조는 공수처의 불기소 결정권을 명문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검찰을 포함한 다른 수사기관과의 유기적 협력관계를 지향하고 법률에 따라 주어진 소임을 다하며 협력을 통해 국가 전체의 반부패 수사 역량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를 희망한다"고 했다.
경찰청 고위 관계자는 '조건부 이첩'과 관련해 "공수처 나름의 의사 표현으로, 그런 요구·주장을 할 수 있다"면서도 "공수처의 그런 요구에 응할지는 (경찰 등) 수사기관의 판단에 달렸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