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의 편집국 25시] 도백의 메시지

[이상민의 편집국 25시] 도백의 메시지
  • 입력 : 2021. 05.06(목) 00:00
  • 이상민 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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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청에 메시지팀이라는 부서가 있다. 메시지팀은 원희룡 제주지사 연설문과 도정 홍보 메시지를 작성한다. 물론 메시지 내용은 이 팀을 비롯해 여러 정무 라인과 실무 부서가 논의해 결정하겠지만 지방정부마다 이와 유사한 부서를 두는 이유는 그만큼 도백의 메시지가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원 지사가 내놓은 메시지에서 도정의 철학을 읽고, 앞으로 정책이 어떻게 결정될 지를 가늠한다.

제2공항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된 다음날 원 지사는 대도민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여론조사 결과에 대한 언급을 자제한 채 "국토부의 현명한 결정을 기대한다"며 "제2공항 갈등에 마침표를 찍고, 도민 힘을 하나로 모으자"고 했다.

국토부에 공을 떠넘겼다는 비판과 도의회와 맺은 합의을 지킨 것이란 주장 등 평가는 갈렸지만 메시지의 목적은 분명해보였다. 그러나 갈등 해결에 방점이 찍혔던 메시지는 한 달도 채 안돼 180도 달라졌다.

원 지사는 제2공항 정상 추진 의견을 제출하며 "이미 여론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전달했는데 국토부가 제주의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며 어쩔 수 없이 의견을 낸 것이라고 했다.

옹색하다. 원 지사의 말처럼 '책임 떠넘기기'식 의견 제출 요구를 굳이 거절하지 않고 따라야 했다면 그때부턴 남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문제였다. 더군다나 국토부의 의견 제출 요구는 법적 구속력도 없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원 지사는 틈만나면 국토부 탓을 했고 그 사이 제2공항 갈등은 더 커졌다.

도백의 메시지는 목적이 분명해야한다. 이리 읽혀도 그만, 저리 읽혀도 그만이라면 메시지에 세금을 들일 이유가 없다. 원 지사는 여론조사 결과 발표 다음날 내놨던 메시지를 곰곰이 되씹어보길 바란다. 왜 그 목적이 순식간에 달라졌는지, 그 이유를 명확히 밝히고 책임질 의무가 지사에겐 있다. <이상민 정치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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