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의 문연路에서] 마음은 더 가까이

[김용범의 문연路에서] 마음은 더 가까이
거리두기 실물경제 치명타
정부, 지원 등 안정감 제공
  • 입력 : 2021. 06.08(화) 00:00
  • 이정오 기자 qwer6281@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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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은 전 인류를 위기로 내몰았지만 늘 약자에게 더 큰 상처를 남긴다. 위험은 약한 부분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코로나라는 재난의 피해는 인간에게 평등하게 적용되지 않는다.

'위험사회'란 책의 저자는 "부는 상층에 축적되지만, 위험은 하층에 축적된다. 부자는 위험으로부터 안전과 자유를 사들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부자는 코로나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자본을 축적할 기회는 더 많은 것이다. 위험이 계급적이라는 이 책의 주장은 우리의 현실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감염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필요하나 장기간 지속되면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정신장애인에게 지원되던 도움이 중단된다. 특히 감염의 전파를 막아 노인들의 건강을 보호하는 정책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노인들끼리 그나마 어울리던 마을회관이나 노인정 폐쇄로 이어졌고, 노인을 존중하던 지역공동체를 붕괴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노인들의 고립을 심화시켰다. 이들을 위한 비대면 프로그램의 개발, 공공 와이파이나 온라인 단말기의 보급, 소규모 대면 모임과 지속적 사례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다.

노인만이 아니다. 감염 차단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실물경제에 치명타를 안긴다. 방역을 위해 모든 게 멈춰버린 이 상황에서 경제위기는 자영업자의 줄도산을 초래하고 40~50대 가장에게 위협이 될 것이다. 이들은 모든 사회적 관계가 일과 직장을 중심으로 짜여 있기에, 파산하거나 실직하면 사회에서 고립된다. 또한 바이러스는 우리 사회의 성별 취약성에도 침투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비정규직 비율이 높아 실업과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 더욱 위험한 상태에 놓인다. 재택근무가 늘고 자녀들이 학교에 가지 않으면서 양육과 가사 노동 또한 여성들에게 큰 부담이 됐을 것이다.

이제부터 정부는 이런 점들을 주시하고 대비해야 한다. 위기 상황의 관리 대상자 발굴과 긴급 재정 지원, 그리고 적절한 면담과 돌봄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인생에서 위기에 몰렸을 때 따뜻한 지원을 통해 당신은 혼자가 아니라는 안정감을 제공해야 사회적 통합과 결속력이 생기는 것이다.

지금까지의 사회적 거리두기는 새로 정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 엄밀히 말하자면 물리적 거리는 두되 비대면 사회적 접촉은 강화하는 방향이 돼야 할 것이다. 마음을 더 가까이 두자. 정신건강을 지키기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기본을 유지해야 한다. 비대면이라도 가족들이나 친한 사람들과 교류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전화로 소식을 전하고 감정을 표현하며 서로 공감하는 것이 좋다.

정부는 무엇보다 먼저 방역에 성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취약계층과 중년 가장,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사회적 불안이 생기지 않도록 질서와 안전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불안에 함몰되기보다 위기 상황에서 오히려 성장할 수 있도록 사회적 담론을 생성하고 정서적 위안을 서로 제공하며 문화적 성숙을 보일 수 있도록 지혜와 힘을 모으는 것이 한국 사회의 당면한 과제라 하겠다. K방역 성공과 더불어 총체적인 국가적 역량과 최신 디지털 기술을 총망라해 정신건강 분야에서 새로운 심리방역 위기관리 시스템을 주도적으로 개발하고 운영하게 되기를 기대한다.

끝이 보이지 않던 코로나 위기가 백신 개발로 인해 희망을 눈앞에 두고 있는 듯 하다. 재난은 고통이 따르지만 세월이 흘러 재건이 이뤄지고 아픔이 치유되며 마침내 회복하게 된다. 코로나 이후의 성장한 대한민국을 맞이하자.

<김용범 제주도의회 의회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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