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주엽의 한라시론] 나무를 알아야 하는 이유

[성주엽의 한라시론] 나무를 알아야 하는 이유
  • 입력 : 2021. 07.08(목)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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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생명이요, 영혼입니다. 나무는 생명과 순리와 진리를 깨닫게 해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을 알려줍니다. 오랜 시간 정리했던 글들을 우여곡절 끝에 3권의 책으로 출간하고 뒤돌아보니 지금까지 견딜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하나, 나무 덕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면 몇 사람이나 제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반문하게 됩니다. 아마도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인가보다 할 수 있겠지요. 특히 젊은 사람들은 더 그럴 것입니다.

어느 날 운명이 저를 나무로 인도했고, 이후 힘들고 괴로울 때마다 나무는 저를 보듬어주었습니다. 저의 임무는 나무를 보호하고 설명하는 일입니다. 그 작은 시작으로 나무를 관찰하게 됐고 나무의 계절 변화를 바라보게 됐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 나무의 삶을 이야기하면서 저도 모르게 깨닫는 부분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로부터의 깨달음을 어떻게 알려야 할까 고민이었습니다. 계절에 따라, 고객의 연령과 직업에 따라, 나무이야기는 바뀌어야만 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분재는커녕 나무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사과, 배, 감은 먹어봤지만 사과, 배, 감나무를 보고 알지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물론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러하기에 더욱 더 낮은 자세로 고객들을 안내하며 스스로 조금씩 지쳐가기도 했습니다.

대부분의 식물원과 정원이 눈에 보이는 모습에만 의존해 가볍게 즐기도록 돼 있지만 생각하는 정원은 나무의 보이지 않는 깨달음까지 담으려 노력했습니다. 나무에 대한 생물학적 설명보다는 인문학적 해설에 집중해 잠시나마 사람들의 영혼을 깨우고자 했습니다. 아직은 작은 존재일 수 있지만 이 정원의 나무와 분재와 돌과 바람이, 그로 인한 아름다움과 고요와 평화가 한 알의 밀알이 돼 이 사회와 대한민국과 세계를 바꾸어 보려합니다.

나무를 제대로 알면 삶의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그동안 정원은 정적인 나무의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동적인 생명의 모습으로 다가가 나무의 깊은 뜻을 알리려 합니다. 생각하는 정원의 모든 공간에서 그동안의 다양한 역량이 활용될 '나무와 함께하는 힐링 프로그램'이 바로 그 첫걸음입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미션과 글쓰기, 토론 등을 통해 누구나 나무의 영혼과 마주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무와 함께하는 힐링 프로그램'의 근원은 바로 저 자신입니다. 저 역시 나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었기에 모르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릴 수 있었습니다. 또한 30여년의 시간 동안 나무이야기를 주제로 한 주요 인사 안내와 외부에서의 여러 특강을 통해 나무의 숨겨진 지혜에 대한 어느 정도의 검증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모두들 힘겨운 시간입니다. 잠시 나무를 보세요. 햇볕을 조금이라도 더 쪼이기 위해 위를 향하고, 물을 조금이라도 더 흡수하기 위해 아래도 향합니다. 잎새에도, 꽃에도, 열매에도 사연이 많습니다. 그러면서 수백 년 수천 년을 견디며 역사를 지켜오고 있습니다. 나무의 겉을 보는 것도 좋지만 나무의 내면을 보면 그 앎과 기쁨이 배가 된다는 것을 나누고 싶습니다. 나무를 알면 분명 많은 것이 달라질 것이라 확신합니다. 나무에는 영성이 있습니다. 분재에는 철학이 있습니다. 그리고 생각하는 정원의 공간에는 남모르는 힘이 있습니다.

<성주엽 생각하는 정원 청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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