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오래도록 '제주의 정원'으로 남아주길

거기 오래도록 '제주의 정원'으로 남아주길
임휴종의 사진과 글로 엮은 '제주 야생화 풍경 1'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 들꽃 담은 10년의 기록
  • 입력 : 2021. 07.15(목) 10:52
  • 진선희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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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휴종의 '해녀콩'. 해녀들의 고된 물질에 얽힌 사연이 밴 연분홍, 연보라 해녀콩 너머로 자연과 인공이 공존하는 제주 풍경이 자리 잡고 있다.

돌담이나 덤불에 헝크러져 무심히 자라는 그것들을 그는 '애들'이라 불렀다. '애들'과 만난 지 10년. 디지털카메라 사용법도 모른 채 무조건 찍기 시작했고 그 여정에 들꽃이 있었다. 스스로를 '취미사진가'라고 말하는 임휴종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사진과 글로 엮은 '제주 야생화 풍경 Ⅰ'에 그 이야기가 있다.

카메라를 메고 한라산, 오름, 바다를 누비는 동안 절묘한 색감을 지닌 야생화들은 그에게 의인화된 존재로 다가왔다. 그래서 그는 사진집에 실린 약 90종의 야생화마다 사연을 쓰고 안부를 묻는다.

갯장구채, 갯메꽃, 땅채송화, 갯기름나물, 해국, 암대극 등 바닷가에 널부러져 피는 꽃들을 보고 돌아오는 길엔 그 해안들이 다치지 말기를 염원한다. 어느 해엔 환경미화를 한다고 국내 최대 단일 군락지의 갯패랭이를 캐서 도로변에 옮겨심은 게 말라 죽는 일을 목격했다. 해녀콩엔 고된 물질을 이어가는 해녀들의 생애가 있었다. 빙하기 연륙설을 뒷받침하는 실꽃풀, 변산바람꽃과 새끼노루귀에서 꽃잎이라고 여기는 것이 실은 꽃받침잎이라는 식물학 지식도 전해준다.

임휴종의 '한라꽃향유'. 그 틈에 미역취, 가시엉겅퀴, 산국 등이 어우러지면 그대로 '나만의 정원'이 된다고 했다.

그의 사진 속 야생화는 언제나 주변 풍경과 어우러진다. 야생화들이 그 너머 자연, 사람 등 이 섬과 함께해온 생명체임을 일깨우는 순간이다.

깊어가는 가을 홍자색이나 붉은 보랏빛 카펫을 깐 것처럼 펼쳐지는 한라꽃향유. 그 틈에 미역취, 가시엉겅퀴, 산국 등이 어울리면 그대로 그의 정원이 된다. "고향 제주의 자연은 대단하며 위대하다고까지 여겨집니다. 그 모습의 일부만이라도 사진에 담는 행위는 매우 흥미로울 뿐 아니라 감사해야 할 축복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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