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복절 76주년 특집 / 쉬운 우리말 쓰기] (3)일제 잔재어

[광복절 76주년 특집 / 쉬운 우리말 쓰기] (3)일제 잔재어
"뿌리 박힌 '일제 그림자' 이젠 걷어내야"
  • 입력 : 2021. 08.13(금) 00:00
  • 강다혜 기자 dhka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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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법령 속 일제 잔재 '일본식 한자어' 산재
일상·행정용어 속에도 수두룩… "조속 순화를"

"오는 광복절에는 태극기를 게양합시다"

광복절인 8월 15일엔 태극기를 게양한다. 광복절 뿐 아니라 3·1절, 개천절, 제헌절, 한글날 등 국경일마다 거리와 가정 집 창문 아래로 태극기를 게양하곤 한다.

그런데 국경일마다 흔히 쓰는 '게양(揭揚)'이라는 표현 역시 일본식 한자어다. '올리다' 또는 '달다'라고 써야 올바른 표현이다.

한라일보와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 공동 기획인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세번째 순서는 광복절 특집으로 일본식 한자어 등 일제 잔재어를 다룬다. 이번 기획은 문화체육관광부·(사)국어문화원연합회의 공개 모집 과제인 '쉬운 우리말 쓰기' 사업 중 하나로 진행되고 있다.

일제 잔재는 일본제국주의의 영향을 받은 유·무형의 유산으로 나뉜다. 건축물이나 조형물 등과 같은 유형 유산과 달리 정신과 의식에 스며든 무형의 잔재는 범위가 넓고 생활과 문화, 우리의 의식 속에 깊숙이 개입돼 있다. 납득(이해), 수속(절차), 구라(거짓말), 땡깡(생떼)이라는 말이 익숙하다면 그만큼 무형의 일제 잔재에 넓게 노출돼 있다고 할 수 있다. 순화해야 할 언어이지만 익숙함에 젖어 무비판적으로 일본식 표현을 남발하고 있지는 않은 지 반성이 필요한 때다.

구체적으로 무형의 일제 잔재는 일상 용어로 가장 흔히 남아있다. 언어는 문화의 특성을 반영한 상징체계다. 일제가 심어놓은 잔재 중 언어를 논하지 않고서는 문화를 논할 수 없다. 그동안 꾸준히 순화의 과정을 거쳐 많은 일본식 용어가 폐기됐지만 여전히 1000여개가 넘는 용어가 남아있다.

특히 가장 심각한 영역은 행정용어다.

가계약(임시 계약), 감봉(봉급 깎기), 결재(재가), 공람(돌려 봄), 과세(세금 매김), 납입(납부), 내역(명세), 매립(메움), 명찰(이름표), 수순(차례, 순서), 양식(서식), 익월(다음 달), 인계(넘겨줌), 잉여(나머지), 취하(철회) 등 부지기수다.

특히 여러 개의 명사를 나열한 명사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역시 일본식 표현에 해당한다. 가령 '어장의 효율적 보전·이용을 위해'(어장을 효율적으로 보전·이용하고 관리하는), '피난 장소 도착 시 조치'(피난 장소에 도착했을 때의 조치) 등이다. 명사 나열형 문장은 조사를 적절하게 넣어서 낱말 간의 관계를 분명하게 하면 훨씬 이해가 쉬운 문장이 된다.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어구에도 시정돼야 할 표현이 넘친다. '~에 관하여'(~는, ~를, ~에), '~에 대하여'(~를, ~로 하여금), ~으로써(~여서) '~를 요하는'(~할 필요가 있는) 등이다.

음식 등 다양한 영역에도 순화의 대상인 용어들이 넘친다. 가라오케(녹음 반주), 가오(체면), 건포도(말린 포도), 대하(큰새우), 땡땡이(물방울 무늬), 만개(활짝 핌, 만발), 명소(이름난 곳), 시마이(마감, 마침), 십팔번(단골 노래), 액세서리(장식물), 운전수(운전기사), 육교(구름다리), 잔고(잔액), 출구(나가는 곳), 호출(부름) 등이 시급히 시정돼야 할 일본식 표현이다.

배영환 제주대학교 국어문화원장은 "일반 국민이 두루 사용하는 공공언어에서 만큼은 일본식 한자어를 되도록 쓰지 않는 것이 좋겠다"며 "공공언어의 목적과 민족적 정체성 함양을 위해 일본식 표현을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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