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자비암~삼나무숲길~웃바메기오름~한전길~목장길~용암길~목장길~삼나무숲길~자비암

[2021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 (4)자비암~삼나무숲길~웃바메기오름~한전길~목장길~용암길~목장길~삼나무숲길~자비암
제주 속 '작은 제주' 선흘서 만난 초가을의 문턱
  • 입력 : 2021. 09.28(화)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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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샘인 '전세미'의 모습을 바라보는 에코투어 일행들의 모습. 배경으로 펼쳐진 웃바메기오름과 어울려 아름다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 이상국기자

웃바메기오름서 발원한 ‘전세미’
만개 앞둔 억새는 바람 따라 일렁
화산활동이 만든 원시림의 매력

공기가 가을이다. 살결에 닿는 공기의 무게가 무더웠던 지난 여름보다 가볍고 산뜻하다. 어디서 오는지 알 수 없는 바람을 타고 전해지는 이 시절의 공기는 밖으로 나오라고, 자연으로 달려가 나를 찾아달라고 손짓하는 것만 같다.

지난 24일 진행된 한라일보의 '2021년 제4차 제주섬 글로벌 에코투어'는 제주시 조천읍 선흘리 자비암 입구에서 시작해 삼나무숲길, 웃바메기오름, 한전길, 목장길, 용암길을 지나 목장길과 삼나무숲길, 자비암으로 돌아오는 코스에서 진행됐다. 이번 투어 역시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의 영향으로 비대면으로 최소한의 인원만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길잡이 박태석 씨는 출발에 앞서 분주했다. 위성사진까지 꼼꼼히 확인하며 준비한 오늘의 코스를 설명하고 산행에서 주의해야 할 것들을 세심히 전달했다. 든든한 길잡이를 따라 일행은 즐거운 마음으로 탐방에 나섰다.

금불초

긴골광대버섯

오솔길을 따라 오르니 금세 빽빽한 삼나무숲이 나왔다. 높고 곧게 뻗은 삼나무 사이를 지나며 또 다른 세계로 들어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울창한 삼나무숲의 분위기가 그랬고, 적당히 부드럽게 밟히는 흙길이 그랬다. 도시에서 있었던 일, 다음 주에 해야 할 일 등 수많은 생각과 걱정은 그 숲길에 모두 내려놓고 온 것 같다.

삼나무숲의 매력에 빠져든 사이 웃바메기오름에 다다랐다. 웃바메기오름은 높이 416.8m, 둘레 2345m 규모의 기생화산으로 남쪽에서 바라보면 통통한 밤알 모양을 하고 있다. 그래서 윗밤오름이라 불리기도 하며 건너편 알밤오름과 함께 당당히 자리 잡고 있다. 웃바메기오름 북쪽으로는 입구가 벌어진 말굽형 분화구가 있고 이 분화구 아래쪽에는 '전세미'라는 이름의 샘이 있다. 전세미는 용암이 분출되며 만들어진 자연 샘으로 웃바메기오름 중심부에서 발원해 사시사철 풍부하게 물이 솟는다. 이 연못은 어리연꽃이 만발하는 아름다운 곳으로도 알려져 있으며, 과거에는 인근 마을 주민들이 이 샘물을 이용했다고 한다.

도꼬마리

남오미자

양하

박태석 씨는 "어리연꽃이 필 시기에 맞춰 4차 에코투어 일정을 계획했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인해 일정이 연기돼 지금은 연꽃을 볼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라고 말했다. 비록 활짝 핀 연꽃은 볼 수 없었지만 웃바메기오름을 배경으로 펼쳐진 전세미의 풍경은 신비롭고 고즈넉한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전세미를 뒤로 하니 벵뒤굴을 만났다. 거문오름부터 이어지는 용암대지에 위치한 벵뒤굴은 천연기념물 490호로 지정돼 있으며 제주의 용암동굴 중 가장 복잡한 형태의 미로형 동굴로 알려져 있다. 비공개 지역이기 때문에 그 입구만 확인할 수 있다.

한전길과 목장길을 따라 천천히 오르니 잔뜩 웅크린 억새밭이 일행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직 만개하지는 않았지만 조금씩 그 자태를 뽐내며 바람을 타고 이리저리 흔들리는 억새들의 모습이 장관이었다. 저 멀리 함덕 바다까지 한눈에 들어와 멍하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맑은 하늘과 푸른 바다, 일렁이는 억새까지 더해져 가을의 한 장면을 그리고 있었다.

다시 울창한 숲으로 들어갔다. 거문오름에서 용암이 흘러간 길을 따라 이어지는 용암길이다. 크고 작은 돌덩이와 초록 이끼, 갖가지 양치식물들이 분위기를 압도한다. 용암길에서는 가시딸기나무 군락지도 볼 수 있다. 제주 곶자왈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희귀 식물인 가시딸기는 우리나라 고유 식물로 제주에서만 자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비목나무 열매

골등골나무

벌개미취

신비로운 숲을 걷다가 이마에 송골송골 땀이 맺힐 즈음, 반가운 바람이 불어온다. 풍혈이다. 풍혈은 높은 산등성이나 산기슭의 지층 변화로 생긴 일종의 바람구멍이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 나와 탐방의 열기를 식혀준다. 짙은 원시림 속에서 만난 자연의 위대함이다.

출발지인 자비암으로 돌아와 휴대폰을 확인해보니 오늘의 탐방 거리가 11.6㎞ 정도였다. 세계자연유산을 품은 마을 선흘리에서 만난 자연은 제주도 그 자체가 아닐까 싶었다. 삼나무숲, 오름, 습지, 용암동굴, 곶자왈, 목장 등 제주의 자연을 축소해 놓은 듯 서로 다른 갖가지 풍경이 연이어 펼쳐졌다. 하루 만에 둘러보는 제주, 에코투어를 통해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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