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의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천화동인 5호 실소유주로 지목된 정영학 회계사로부터 녹취 파일들을 확보하면서 수사가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이 전날 전담수사팀을 꾸리자마자 대대적인 압수수색에 나설 수 있었던 것은 녹취파일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의혹 사건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차장검사)은 최근 정 회계사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 조사하면서 녹취파일 19개를 제출받았다.
해당 녹취파일에는 정 회계사가 의혹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화천대유 최대주주 김만배씨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등과의 대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파일에는 김씨 등이 배당금 4천40억원과 아파트 분양수익을 어떻게 분배할지 논의한 내용과 10억원대의 자금을 성남도시개발공사 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 나눠서 전달했다는 내용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계사가 녹취파일 외에 현금 뭉치를 찍은 사진과 금품이 전달됐다는 증빙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문제의 녹취파일이 존재한다는 소문은 수일 전 여의도 정가에서부터 흘러나오기시작했으나, 아직 실체가 공개된 것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여러 추론과 억측들이 무성한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녹취파일에 유동규 전 본부장으로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이 담겼다는 얘기도 나온다. 다른 한편에서는 수천억원의 배당금을 챙긴 화천대유와 천화동인 배후의 실소유주를 추정할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됐다는 설도 있다.
검찰은 녹취파일에 대해선 일체 함구하면서도 의혹을 풀 열쇠로 보고 내용 분석에 주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전날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 천화동인 4호 실소유주로 알려진 남욱 변호사의 회사, 김만배씨와 유 전 본부장의 주거지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하는 데 필요한 증거자료도 녹취파일에서 확보했다는 후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녹취파일에 로비 정황과 함께 정관계 인사와 법조계 인사들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됐다는 얘기도 돈다.
만약 성남도시개발공사 등에 흘러 들어간 대장동 수익금이 정계·법조계에 전달됐을 경우 의혹이 대형 '게이트'로 번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검찰은 전날 확보한 압수물을 분석하면서 녹취파일에 나타난 로비 정황과 자금 흐름을 뒷받침할 증거를 찾는 데 수사력을 집중할 전망이다.
머니투데이 법조팀장 출신인 김씨와의 친분으로 화천대유에 법률자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권순일 전 대법관·김기동 전 검사장·김수남 전 검찰총장·박영수 전 특별검사·이창재 전 법무차관·강찬우 전 수원지검장·이경재 변호사 등 법조계 인사들의 역할도 주목받고 있다.
최근 국민의힘을 탈당한 곽상도 의원의 아들이 화천대유에서 퇴직금 명목으로 50억원을 받은 것과 원유철 전 미래한국당 대표가 화천대유 고문으로 일했다는 것도 관심사다. 의혹의 가지들이 어떤 방향으로 뻗어나갈지 모르는 안갯속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