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선의 현장시선] 제주형 주민자치 도입을 준비하며

[이신선의 현장시선] 제주형 주민자치 도입을 준비하며
  • 입력 : 2021. 10.22(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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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 다큐멘터리 '내일'이란 영화는 농업, 에너지, 경제, 교육 등 인류가 당면한 문제에 대해 답을 얻기 위한 로드 다큐멘터리다. 영화에서는 문제를 풀기 위해 상상력을 발휘한 것은 평범한 시민이고 공동체의 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국가와 지자체의 역할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늘어가고 있음을 확인한다. 어떠한 방역대책도 시민이 공감하고 참여하지 않는다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경험했다. 결국 시민, 공동체의 힘인 것이다. 두 차례 지급된 재난지원금만 보더라도 물론 객관적 지급기준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의 불평등을 가져왔다는 평은 어쩔 수 없다. 만약 동네 통장이 이를 지급한다면 어떨까? 아마 동네 곳곳 사정을 더 잘 알고 있기에 지원금이 많고 적음을 떠나서, 시급하고 절실하게 필요한 사람을 더 잘 찾아내 지원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주민이 나서서 마을을 살펴봐야 하고 주민이 스스로를 조직하고 돌봄 체계를 세워 운영해가야만 실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주민자치가 이뤄지게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주민들이 참여해 지역주민들의 힘으로 자유로운 상상력을 발휘해 지역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법과 제도, 예산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주민자치는 행정에 종속될 수밖에 없다.

물론 법과 제도가 없으면 시작조차 할 수는 없겠지만, 그 법과 제도를 통해 자치의 가치, 분권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의지를 가진 시민과 정치인이 없으면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난 제주 행정체제 개편 추진 경험을 통해 우리는 알고 있다. 현재 국회에 상정된 제주특별법 7단계 제도개선안 개정안 45조가 통과되면 조례도 만들어질 것이다. 좀 더 창의적이고, 주민들의 원하는 방향으로 주민 공론화가 이뤄지도록 구체적인 대안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법과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고 이를 실현 가능하도록 지원할 예산 지원 근거가 마련된다면 다양한 시도가 가능할 것이다. 주민자치는 마을의 대한 혜택, 동네에 대한 기여를 하는 공공적인 성격이기에 공공자금으로 진행돼야 한다. 예를 들면 주민참여예산을 제주도 예산의 1% 정도로 확대해서 그 일부를 제주형 주민자치의 재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충남 당진시 사례처럼 주민세를 그 지역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든지, 세종시처럼 조례를 개정해서 특별회계로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공영주차장 이용료를 기금으로 만들거나, 국가나 지자체의 출연기금이나 복권기금을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전문가와 주민들이 머리를 맞댄다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리라 본다.

스페인의 마리날레다 마을처럼 유토피아 마을 공동체, 마을 공동자산을 기반으로 공영주택사업, 일자리사업 등 주민 복지를 향상시킬 수 있는 사업이 제주에선 불가능할까?

언제일지 몰라도 법과 제도, 도민들의 합의와 의지만 있다면 주민자치회를 시작으로 읍면동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통해 제주에서도 집 걱정 안 하고 일자리 걱정 안 하는 행복한 상상을 해본다. <이신선 서귀포YWCA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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