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세상] 낯선 대상 된 자연 신종교 같은 산행 낳다

[책세상] 낯선 대상 된 자연 신종교 같은 산행 낳다
아레 칼뵈의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
  • 입력 : 2021. 11.26(금) 00:00
  • 진선희 기자 sunny@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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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코미디언 등산기
하이킹 열풍 등 분석·풍자

어느 날 그의 친구가 SNS에 해시태그를 붙여 올린 메시지는 이랬다. "눈 위에서 맞는 행복한 아침." 유머 감각과 머리숱을 잃어버리는 시기에 사람들이 등산을 시작한다고 믿어온 그는 예전의 그 좋았던 친구들을 다시 찾기 위해 산으로 향했다. 아레 칼뵈의 '내 친구들은 왜 산으로 갔을까'는 그 여정을 담고 있다.

노르웨이의 코미디언이자 풍자가인 아레 칼뵈는 자연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보편적인 감정, 상투적인 미사여구, 터무니없는 환상을 꼬집으며 웃음을 준다. 이 과정에 각종 통계, 신문 기사, 단행본 등 여러 자료가 등장한다.

책 앞장의 사진부터 보자. 그는 산 정상에서 환호하는 이들과 종교 집회 참가자들이 어딘가 비슷해 보인다며 두 장의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 정상에서 본 경치라고 소개한 사진들은 온통 회색빛 화면이다. 노르웨이 관광협회의 명예 회원인 노르웨이 여왕의 동상을 통해선 협회가 산중에 자리한 오두막 소유자와 그 오두막에서 휴가를 보내려는 사람들로 구성되었을 뿐 지역 농부들은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저자는 오늘날 등산 열기 속에 외할아버지 이야기를 꺼냈다. 자연과 더불어 평생 농사를 지으며 살았던 그의 외할아버지는 단 한 번도 아무 이유 없이 숲속에서 어슬렁어슬렁 걸었던 적이 없었다. 반면 현재에는 극소수의 사람만이 자연을 바탕으로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낯선 것으로 여길지 모른다고 했다.

"구원을 얻기 위해" 요툰헤이멘산맥을 오르고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하르당에르고원을 오른 저자는 마침내 자연에 빼앗겼던 옛 친구들이 모여 있는 곳에 다다른다. "날씨가 참 좋군요!" "환상적이에요!" "그다지 멀지 않았어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어요." 마지막 페이지 문장들엔 종착지에 이른 사람들 사이에 오가는 이런 공허한 인사들이 하염없이 이어질 뿐이다. 북하우스. 1만7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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