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발생한 규모 4.9의 지진은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단층이 움직여 피해를 크게 줄인 것으로 분석됐다.
15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5시19분쯤 서귀포시 서남서쪽 41㎞ 해상에서 규모 4.9(깊이 17㎞)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는 1978년 기상청이 지진을 관측하기 시작한 이래 11번째(북한 포함)이며, 제주에서 발생한 지진으로는 가장 강력한 규모였다. 역대 규모가 가장 컸던 지진은 2016년 9월 12일 경북 경주시에서 발생한 규모 5.8(깊이 15㎞)의 지진이다.
제주에서 역대급 지진이 발생했지만, 피해는 크지 않았다. 지진 관련 신고가 100건 이상 접수됐지만, 실제 피해는 창문 깨짐이나 벽면 균열, 바닥 기울어짐, 타일 벌어짐 등으로 경미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상청은 단층이 수직이 아닌 수평으로 움직였기 때문에 피해가 적었다고 보고 있다. 이번 지진은 한반도 남해·서해에서 발생해 수평으로 이동하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에 의해 발생했는데, 같은 규모의 지진이라도 단층이 위아래(수직)로 움직일 경우 피해가 훨씬 커질 수 있었다는 것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지진의 피해는 규모보다 단층이 이동하면서 만드는 흔들림의 영향을 받는다"며 "(이번 지진은) 단층이 수평으로 움직이는 주향이동단층 운동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해일 등 피해를 유발할 에너지를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아울러 지진이 바다에서 발생했고, 깊이도 상대적으로 깊었다는 점도 피해 경감에 영향을 줬다.
실제 2017년 11월 15일 경북 포항 땅에서 발생한 규모 5.4(역대 두 번째 규모)의 지진은 깊이가 불과 7㎞에 불과해 피해가 막심했다. 당시 1명이 사망하고 117명에 달하는 인명피해와 약 800억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가 있었다. 여기에 제주와는 달리 단층이 수직으로 움직여 피해를 더욱 키웠다.
이번 지진으로 한라산 화산 활동과 타지방 지진 발생 가능성에 대해 기상청 관계자는 "단언할 수 없다. 추가적인 조사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답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