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觀] 지금이 아니면

[영화觀] 지금이 아니면
  • 입력 : 2021. 12.17(금) 00:00
  • 김도영 기자 doyoung@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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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

어느덧 2021년 12월도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지난 해에 이어 코로나 여파를 직격으로 맞은 극장가는 올해도 적말할 정도로 한산했다. 올해 최고 흥행작인 '모가디슈'가 360만의 관객을 모으며 선방했지만 지난해 최고 흥행작인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의 430만 관객에는 미치지 못했고 마블의 기대작이었던 '이터널스'는 300만 관객을 조금 넘는 선에서 개봉 레이스를 마쳤다. 12월 15일 개봉한 '스파이더 맨: 노 웨이 홈'이 70만을 상회하는 사전 예매량을 보여 주며 연말 극장가의 마지막 구원 투수로 나선 형국이지만 95%를 넘는 점유율은 동시 개봉 중인 나머지 작품들이 얼마나 처참한 관객수에 그칠 지를 보여주는 씁쓸한 지표이기도 하다. 2022년 한국 영화 기대작들은 여전히 개봉일을 미루거나 공개 일정을 잡지 못한 상태로 내년 초에도 극장가의 관객 가뭄이 쉽게 해갈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아쉽고 걱정되는 마음이 앞서지만 여전히 기대를 놓을 수 없는 이유도 분명히 존재한다. 어려운 형국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좋은 작품들, 훌륭한 작가와 연출자들 그리고 눈과 귀, 마음을 사로잡는 배우들이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영화들이 자리를 비운 사이, 독립영화들은 멈추지 않고 관객의 앞으로 도착해왔다. 한 해를 돌아보는 대표적인 국내 영화 시상식인 청룡영화상의 수상 결과 또한 이를 입증한다. 코로나로 인해 올해 2월로 일정을 연기해 치른 41회 청룡영화상은 독립영화인 '윤희에게'의 임대형 감독이 감독상과 각본상을 가져갔고 '소리도 없이'의 유아인이 남우주연상, 홍의정 감독이 신인감독상을 수상했으며 '찬실이는 복도 많지'의 강말금이 신인여우상을 수상했다. 또한 최우수 작품상 후보 5편 중 '남매의 여름밤', '소리도 없이', '윤희에게' 등 3편의 독립영화가 자리를 차지하며 달라진 위상을 증명하기도 했다. 지난 11월 열린 42회 청룡영화상의 수상 결과도 인상적이다. 독립영화 규모로 배우 문소리가 직접 제작자로 나서 완성시킨 작품인 '세자매'의 문소리와 김선영이 여우 주조연상을 수상했고 남녀 신인상 또한 독립영화 '낫아웃'의 정재광과 '혼자 사는 사람들'의 공승연이 수상자로 지명되며 이목을 끌었다. 또한 인기의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인기스타상 또한 독립영화 진영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쳐온 구교환과 전여빈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어떤 벽을 허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5년 전만 해도 독립영화는 청룡영화상에서 후보 지명이 드물 정도로 상업 영화들에 비해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2020년대 들어서며 독립영화의 위상은 큰 무대에서도 충분히 빛을 발하고 있다.

 지난 11월 25일부터 12월 3일까지 열린 제47회 서울독립영화제는 국내 독립영화의 현재와 내일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행사다. 벌써 50년이 다 되어가는 역사를 지닌 서울독립영화제는 매년 겨울, 창작자들과 관객들이 만나는 신명나는 광장이자 새로운 영화의 얼굴들이 선보이는 다채로운 쇼케이스이기도 하다. 코로나 시국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인 1550편의 작품이 출품돼 120편의 영화들이 선보인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9일간 1만명을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독립영화의 개봉 흥행 기준선을 최종 관객 1만명으로 볼 때 영화제를 찾은 관객들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를 알 수 있는 지표다.

 이처럼 서울독립영화제를 찾는 열혈 관객들의 응원은 여전하지만 질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독립영화 시장은 안타깝게도 열악한 상황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전국에 채 30여개가 되지 않는 독립영화전용관의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한공주', '소셜 포비아',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등 독립영화로서는 이례적 흥행을 기록한 작품들을 배출한 CGV아트하우스는 독립영화 투자, 제작 및 배급 사업을 중단한 지 오래다. 최근 창원에 위치한 씨네아트 리좀이 폐관 위기에 놓여있다는 뉴스가 전해졌다. 경상남도 유일의 독립예술관인 씨네아트 리좀이 코로나 이후 관객수의 감소 및 창원시로부터 지원 받던 디지털 영사장비 임대료가 중단되며 불가피한 휴관을 선택했고 최악의 경우 폐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세이브아워시네마 기획단을 비롯 영화단체들이 경상남도와 창원시에 정상 운영을 촉구하는 서명 운동을 진행하는 등 대중들의 관심과 응원을 독려했지만 아직 반가운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오스카 트로피를 수상했고 '오징어 게임'의 열풍이 전세계인을 들썩이게 만들며 K-컬쳐의 우수성과 가능성이 전세계인의 이목을 집중시킨 한 해가 지나간다. 지속가능한 발전과 기대할만한 미래를 위해 지금의 우리가 돌아볼 곳이 어디인지를, 놓치지 말아야 할 가치가 어떤 것인지를 생각해봐야 할 연말이 아닐까 싶다.

<진명현 독립영화 스튜디오 무브먼트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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