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4년 세밑, 미국 샌프란시스코 해안가에 가마솥이 내걸렸다. 배가 난파되면서 표착한 난민 1000여명을 돕기 위해서다. 구세군 사관인 조셉 맥피(Joseph Mcfee)는 삼각 다리에 가마솥을 걸어 놓고 주변에 도움을 호소했다. "이 국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문구와 함께다.
구세군 자선냄비는 전 세계로 확산됐다. 특히 매년 성탄절 무렵 시작되는 이웃사랑을 위한 모금운동으로 자리를 잡아 갔다. 우리나라에서는 1928년 12월 당시 한국 구세군 사령관이었던 박준섭 사관이 서울의 도심에 자선냄비를 내걸고 모금활동에 나선 것이 시초로 전해진다. 명동, 충정로, 종로 등 20여 곳에 내걸린 자선냄비를 통해 모금된 812원은 어려운 이웃에 전달됐다.
자선냄비는 올해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난 1일 시종식을 시작으로 전국 322곳에서 거리모금이 시작됐다. 코로나19로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데도 불구 모금액은 지난해보다 10% 늘었다고 한다. 제주에서도 신제주e마트 앞, 제주시청 앞, 제주국제공항 출국장 앞에 내걸려 모금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제주사랑의열매의 '사랑의 온도탑'도 불을 밝혔다. 제주사랑의열매는 지난 1일 제주시 노형오거리에서 '희망2022 나눔 캠페인' 출범식과 함께 온도탑 제막식을 가졌다. 캠페인은 '나눔, 모두를 위한 사회백신'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내년 1월 31일까지 계속된다. 캠페인 첫날부터 1호 법인기부자와 개인기부자가 나왔다. 제주특별자치도개발공사가 노동조합과 함께 마련한 성금 1억5000만원을 기탁했다. (주)서부자원 양영순 대표가 성금 1억원을 기부하며 각각 법인·개인기부자 1호가 됐다.
제주사랑의열매의 올해 모금 목표액은 38억8400만원이다. 캠페인 기간 나눔목표액의 1%인 3884만원이 모금될 때마다 나눔온도가 1℃씩 올라간다. 모금 정도는 사랑의 온도탑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파된다. 노형오거리에 위치한 사랑의 온도탑에 삽입된 QR코드를 통해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다. 전화 ARS(060-700-0009, 한 건당 3000원), 문자 기부(#9004, 한 건당 3000원)를 통해서도 나눔에 참여할 수 있다.
코로나19의 광풍은 어려운 이들에게 더욱 매섭다. 팍팍한 삶을 영위하는 이들에겐 결코 간단치 않은 질곡이다. 작은 사랑의 정성은 이들에게 희망의 불씨를 틔워 줄 수 있다. 고난·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정은 그리 녹록치 않다. 자선냄비는 지역에 따라 편차가 크다. 사랑의온도탑도 예년에 비해 열기가 덜하다고 한다. 특히 요즘처럼 일상회복이 중단된 시점에서는 편차가 더욱 도드라질 수 밖에 없다. 보다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 간편 디지털 송금 같은 디지털 방식으로 모금 방법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여기에 작은 정성들이 더해지면 더불어 행복한 기적을 만들어 갈 수 있다.
<현영종 편집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