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한라산 레이더 건설 논란… 말 바꾼 국토부

제주 한라산 레이더 건설 논란… 말 바꾼 국토부
"건축 허가 과정 위법하고 보상금 줘야 부지 변경"
"제주도 정책 판단에 따른 직권 취소면 소송 불사"
  • 입력 : 2022. 02.07(월) 15:37
  • 이상민기자 hasm@ihal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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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남부지역 항공로 레이더 구축사업'(이하 남부 항공로 레이더)을 둘러싼 논란이 장기화 할 것으로 보인다. 국토교통부는 부지 변경을 요구하고 있는 제주도가 최후의 카드로 건축 허가를 직권으로 취소하고, 또 해당 처분이 법적 근거 없이 정책적 판단에 따라 하는 것이라면 소송 등 법적 다툼을 불사하기로 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허가 과정이 위법해 제주도가 건축허가를 취소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손실보상금을 받고 부지를 변경해야겠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 허가 과정이 적법했는데도 불구하고 제주도가 환경 보전과 사회적 갈등을 고려해 정책적 판단으로 취소하는 것이라면 소송으로 맞대응 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앞서 제주도는 지난해 11월 국토부에 공문을 보내 "남부 항공로 레이더 부지가 절대보전지역이자 삼형제큰오름 정상이어서 사업을 그대로 추진할 경우 도민 정서와 환경 보전 측면을 감안할 때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된다"며 부지 변경을 요청했다. 이후 국토부는 한달 뒤 "건축허가를 취소하고, 철거비용과 공사 지연금 등 손실보상금 지급하지 않으면 공사를 재개하겠다"는 뜻을 제주도에 전달했다.

그러나 당시 국토부는 '허가 과정이 위법했다는 전제 조건 아래 내린 건축허가 취소여야 한다'는 가장 중요한 선결 조건을 뺀 채 공문을 보냈다.

국토부 관계자는 왜 당시 공문에는 이런 선결 조건을 제시하지 않았는지를 묻는 질문에 "항공기 안전을 위한 공익 목적 사업이기 때문에 적법하지 않는 건축허가 취소 통보에 대해서는 수용할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제주도의 입장은 더욱 난처해졌다. 제주도는 언론과 환경단체의 잇따른 문제 제기에 뒤늦게 부지 변경을 요청해 허가 과정에서의 정책적 판단이 적절하지 않았음을 사실상 시인했지만, 법적 문제에서만큼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축 허가 과정에 대한 법조계 의견은 위법과 적법으로 나뉜 상태다.

법률 자문 결과도 제주도에게 불리하다.

제주도가 고문변호사 3명에게 "환경 보전과 사회적 갈등 우려 등을 이유로 남부 항공로 레이더 건축 허가를 취소할 수 있는 지'에 대해 법률 자문을 의뢰한 결과 "사익이 아닌 서로 다른 공공의 이익이 충돌하는 상황이어서 사회적 갈등 등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취소하는 것은 어렵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결국 제주도가 남부 항공로 레이더 부지를 변경하기 위해 건축허가를 취소하려면 허가 과정이 위법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방법 밖에 없는 셈이다.

제주도 관계자는 "내부 회의를 거쳐 조만간 우리 측 입장을 최종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남부 항공로 레이더가 건설되는 곳은 절대보전지역인 삼형제큰오름 정상으로 국토부는 지난해부터 공사를 시작했지만 환경 훼손, 건축 허가 위법 논란에 휩싸이자 그해 10월 공사를 잠정 중단했다. '제주도 보전지역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절대보전지역 오름에선 레이더를 설치할 수 없다는 금지 규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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