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천읍 집에서 제주시 도남사거리까지는 내가 자주 다니는 큰길이며, 곧장 지나가 공항으로 가거나 탑동으로 내려가 장을 보는 일은 잦지만, 거기서 우측으로 꺾어져 들어가는 일은 별로 없다. 혹 지나갔다 해도 내릴 일은 없어서 내 기억엔 없는 길이다. 내가 말하는 길은 바로 도남로7길이다.
문태준 시인과 저녁 약속이 있어 그가 불러준 주소를 찾아가 보니, 주변 집들은 낡고 나지막하고 마치 추억 속에 매우 가까이 위치한 편안함이 있었다. 향토음식점이 많은 꽤 길다란 음식거리의 저녁 6시, 2차선이 지나는 도로에 차를 댈 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붐비고 음식점과 술집 사이에 마트, 열쇠집, 공예가게 등이 몇 개 끼어 있으며 특히 점집, 운명사주관 등이 눈에 띄어 이 길의 역사를 말해주는 듯 했다.
차를 내린 곳은 어느 ‘뒷고기집’인데, 그 집 간판 앞에 설 때까지 나는 ‘뒷고기’가 상품성이 없는 고기를 뜻하는 것인 줄 알았다. 그런데 가게 전면에, 길 건너에서도 볼 수 있을 정도로 큼직한 글씨로 뒷고기에 대한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거기 쓰여 있기를 "도축 전문가들이 정말 맛있는 부분을 허더래 뒷고기로 폐기 분류하여 팔지도 않고 도축 사장 몰래 즐기던 고기를 뒷고기"라 한다고 했다. 말하자면 도축자가 몰래 빼돌린 맛있는 부위 고기를 뜻한다는 말이니 내가 알고 있는 허드레 ‘뒷고기’라고 속여서 빼돌린 정말 맛있는 ‘뒷고기’를 파는 집인 셈이다. 그런 상호 덕인지 빈자리가 없고, 화장실 쪽으로 포장마차 같은 별실에 테이블이 하나 있는데 거기 문태준 시인과 김창균 시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으슥한 곳에 찾아들어 무슨 속 깊은 이야기를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아닌 우리는 만날수록 나이 드는 서로를 되비치는 눈빛으로, 그렇게 마주해야만 한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누군가 음식이란 먹는 것만이 아니라 본다는 측면도 있으며, 이름도 좀 맛깔스러운 먹거리가 좋다는 말을 했다. 그러자 문태준 시인이 한 곳을 더 소개시켜 주겠다고 해서 일어나 자리를 옮겨간 곳은 ‘객주리’ 조림집이었다. 처음 들어보는 단어인데 쥐치어의 한 종류라 했다.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색감이 있는 객주리 조림이 나오자 나는 쥐포를 떠올리며 본래 쥐치가 이렇게 큼직하고 튼실한 고기였나 싶었고, 어느 여행자가 전갱이의 제주어인 각재기와 혼동해 각재기국 집으로 갈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9시에 자리를 파했다. 문태준 시인과 작별한 후 속초에서 여행 내려온 김창균 시인과 도남로를 걸어 나오자 CGV가 보이고, 큰길 주변을 살펴보니 시청 앞 부근이었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