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여년 되돌아본 회고록
‘비존재’ 시절 내밀한 고백
페미니즘부터 문화예술·정치·환경까지 분야를 넘나들며 글쓰기를 해온 미국 작가 리베카 솔닛의 내밀한 고백을 담은 첫 회고록이 출간됐다.
저자가 "이 책은 내가 걸려 넘어진 돌들로 지은 성"이라고 소개한 '세상에 없는 나의 기억들(김명남 옮김)'에는 '맨스플레인' 현상을 비판하면서 동시대 여성들의 마음을 대변하는 존재로 떠오르며, 작가이자 활동가로서 각종 사회 운동에 참여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찾기 위한 작가의 분투기가 담겨있다.
저자는 집을 떠나 19세부터 지난 40여년을 되돌아 본다. 지금은 여성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존재이지만 한때 그도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다.
가난하고, 걸핏하면 길에서 성희롱을 당하고, 어엿한 역사책을 쓰고도 저자로서의 신뢰성을 인정받지 못하며, 미래가 약속되지 않았던, 스스로를 세상에 없는 '비존재'라 느꼈던 시절이다. 하지만 작가는 '서사'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찾을 수 있었다고 말한다. 옮긴이는 "…솔닛이 그 과정을 거쳐서 자신의 목소리를 찾는 과정은 1980~90년대 여성의 성장 기록일 뿐 아니라 현재 우리 주변에서도 그 조각들이 발견되는 보편적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 회고록을 읽으면서 계속 내가 비존재였던 시간을 떠올렸고, 그것을 반드시 물리치고 잊어야 할 일로만 여길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밝힌다.
저자는 한국의 독자들을 위한 서문에서 "…나는 이 책에 나 개인의 경험을 담았지만, 그것을 모든 여성이 겪는 집단적 경험의 맥락 속에서 서술했습니다"고 전한다. 그리고 "내게는 목소리가 있습니다. 이 목소리를 갖기 위해서, 나는 내가 젊은이로 살았던 그 추하고 낡은 세상에서 싸워야 했습니다. 이제 나는 다른 목소리들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열고 아직 충분히 풀리지 않은 그 목소리들을 증폭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까 하는 바람에서, 이 목소리를 씁니다"고 말한다. 창비. 1만7000원.